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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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식 실용주의’라지만… 여론 따라 공약 뒤집기 논란

李, 대표 정책 잇따라 철회 시사

국토보유세 부정 의견 높자 재검토
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와 엇비슷

포퓰리즘 논란 땐 득보다 실이 커
野 “세금도 표 계산 국민 불안” 비판

SNS에 ‘보편적 상병수당’ 도입 밝혀
“아파도 맘 편히 쉴 권리 보장하겠다”
MZ세대 영입 인재와 포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영입인재 MZ세대 4인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인재 1차 MZ세대 전문가 영입 발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민령, 최예림, 이 후보, 김윤기, 김윤이. 허정호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국토보유세 도입에 대해서도 철회를 시사하고 나섰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유연한 실용주의 노선’을 통해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자신의 대표 정책을 잇따라 번복할 경우 신뢰도를 떨어뜨려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1일 연합뉴스TV ‘이재명 후보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국토보유세와 관련해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을 국민의 합의 없이 하면 정권을 내놔야 한다. 일방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보유세 반대 여론이 지속될 경우 기존 입장에서 선회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다른 인터뷰에서도 국토보유세 공약과 관련,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 증세는 사실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토보유세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55%에 달했다.

앞서 코로나19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재원 문제를 놓고 당정갈등이 격화하고, 60% 이상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전격 철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를 ‘이재명식 실용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당 내홍으로 갈피를 못 잡는 상황에서 정책 번복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 (국민의) 힘겨움을 받아 안고 예민하게 대책을 만들고 집행하면 ‘골든 크로스’를 할 것”이라며 지지율에서 윤 후보를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철회에서 나가서 지난달 29일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선 윤 후보의 ‘취임 후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19 피해 50조원 지원’을 내년 예산안에 넣자는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이재명 캠프 MZ 세대 청년 과학인재 4명 인재영입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대표 강점인 ‘강한 추진력’이 경우에 따라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9일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선 “내가 ‘한번 결정하면 안 돌아선다. 이 때문에 두렵다, 또는 무섭다,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내 확신이 100% 옳은 일도 아니고, 옳은 일이라 해도 주인이 원치 않는 일을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득해서 공감되면 그때 한다는 생각을 최근 정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좀 더 배워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후보가 여론의 향방에 따라 주요 공약을 잇따라 번복할 경우 포퓰리즘 논란이 커지면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은 대선 표심 계산에 따른 공약 뒤집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김은혜 대변인은 “세금도 표 계산하는 여당 후보”라며 “그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무섭다”고 쏘아붙였다. 양준우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의 갈지(之)자 행보와 공약 번복의 원인은 오롯이 후보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모든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열심히 일한 국민들이 지치고 병이 들 때 치료를 넘어 휴식까지 보장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복지국가다. 아파도 서럽지 않도록 맘 편히 쉴 권리를 보장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