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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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불 지피고 네이버 판 키우고… 유통 생태계 지각변동 [심층기획 - 온라인 상거래 대혈전]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작년 거래액 161조… 19.1% 늘어
소매판매액 중 비중도 지속 증가
소비패턴 오프라인서 이동 뚜렷

쿠팡·네이버… 주목받는 ‘빅2’
쿠팡, 美증시 상장으로 자본 탄탄
1위 네이버는 점유율 17%로 커져
두 기업 주도권 싸움 치열해질 듯

결제시장 대변화 예고
쿠팡·네이버, 독자적 결제시스템
월 30만원 소액 후불도 도입 예정
카드사들 타격… 새로운 파장 일듯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국내 경제·산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적자 상태인 쿠팡의 성장 가능성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호의적이었고,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 증시의 규모를 감안해도 국내 유통 공룡인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5조원도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대박이었다. 쿠팡의 시장가치는 현재 조정을 받아 약 91조원 수준이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변화하는 유통 시장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쿠팡의 상장으로 국내 유통 시장, 특히 온라인쇼핑(이커머스) 시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쇼핑 시장뿐만이 아니다. 거대 온라인쇼핑 업체의 등장은 유통은 물론 금융업계에도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성장세 뚜렷

국내 온라인쇼핑 규모는 아직 오프라인쇼핑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거래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5일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2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액은 475조2000억원으로 이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은 27.2%다. 2017년 전체 소매판매액은 440조1000억원으로 이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1조3000억원으로 비중은 16.2%였다. 4년간 소매 판매액이 35조1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두배 가까운 69조8000억원 증가했다. 쇼핑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제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중 국내 지급결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지급카드(신용·체크카드 등) 이용 규모는 전년 대비 0.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모바일·PC 등을 이용하는 비대면 결제는 전년 대비 16.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물카드를 이용한 대면 결제는 7.4% 감소했다.

한은 통계 수치에는 콜택시 호출과 같은 모바일 현장 결제가 포함돼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두 통계를 종합해 볼 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상거래 시장이 이동하는 경향은 뚜렷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오프라인 결제가 늘어날 수 있으나, 전자상거래 증가세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유통·금융계의 관측이다.

◆온라인쇼핑, 쿠팡·네이버 ‘빅2’ 주목

쿠팡의 상장으로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시장의 ‘빅2’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쿠팡과 국내 포털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8% 성장한 120억달러(약 13조원)였으며, 영업적자는 5277만달러(약 5800억원)다. 활성 고객수는 2018년 말 916만명에서 2020년에는 1485만명으로 2년 동안 연평균 27.3% 증가했고 이 중 32%에 해당하는 475만명가량이 멤버십 회원이다. 교보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61조원 규모의 국내 온라인쇼핑몰 시장에서 쿠팡은 점유율 13%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17% 점유율의 네이버로 거래액은 26조8000억원에 이른다. 네이버 쇼핑몰 안의 가상 점포인 ‘스마트스토어’ 결제자수는 2000만명,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250만명을 넘었다.

두 기업의 성장세는 매섭다. 네이버와 쿠팡의 2016년 시장 점유율은 각각 7%, 4%에 불과했다.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3년 만에 3배로 커진 셈이다.

대비되는 점은 쿠팡과 네이버의 전략이다. 쿠팡은 독자적인 물류센터와 배달 체계를 갖추고, 빠른 배송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최근에는 물류와 신선식품에서 강점을 보이는 신세계와도 손을 잡았다. 합종연횡을 통해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독보적인 쇼핑검색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와 아마존식 독자생존을 택한 두 업체의 대결 속에 변수로 등장한 건 시장점유율 12%로 3위 기업인 이베이의 매각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뒤 이베이의 몸값이 치솟았지만, 여러 기업이 인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의 인수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나 11번가가 이베이를 인수하면, 규모 면에서는 쿠팡을 앞서거나 네이버와 대등한 수준이 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인 ‘중고나라’를 인수했고, 네이버와 손잡은 신세계그룹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W컨셉’을 인수하는 등 온라인쇼핑 시장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다만 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다른 유통사가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제시장에도 변화 바람… 카드사가 ‘제1 타깃’

쿠팡·네이버 등 공룡의 움직임은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네이버와 쿠팡 모두 기존의 카드결제시스템에 더해 자사의 독자적인 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기업공개 당시 자사의 적립식 결제시스템인 ‘쿠팡페이’를 통해 상당한 금액을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결제시스템을 관리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카드를 미리 등록하거나 간편송금 방식의 적립식 결제를 결합한 ‘네이버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핀테크 전략은 온라인쇼핑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드사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한은의 2020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이용실적은 일평균 1864만건, 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3%, 59.4% 증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도 일 1455만건, 4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4.4%, 41.6% 늘었다.

간편결제와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급증에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IT 기업의 결제시스템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지난해 1분기 5조원을 돌파했고, 4분기에는 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네이버는 이달 소액 후불결제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월 30만원까지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갚으면 되는 서비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이를 허용했다.

네이버의 후불결제시스템 도입에 카드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이용자의 1인 평균 월 결제금액은 75만원 선이다. 유통업계의 큰손인 네이버가 30만원 후불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 카드 이용 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카드사들은 자신들이 금융관련법에 따라 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혁신금융서비스를 명목으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결제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으며, 향후 사업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면서 “IT 기업이 적어도 같은 규제 틀 안에서 사업을 해야 맞다고 본다”며 IT 기업의 공세를 우려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