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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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원도 못 채운 공수처가 권력수사 제대로 하겠나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맡을 검사 정원도 채우지 못한 채 후보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넘겼다고 한다. 공수처는 지난 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부장검사 후보 2명(정원 4명), 검사 후보 17명(정원 19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로 탄생한 공수처는 대통령과 5부 요인, 국회의원, 판검사, 3급 이상 공직자의 비리를 독자적으로 수사·기소할 수 있는 권력기관이다. 최대 9년까지 연임이 가능한 공수처 검사에 지원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부장검사에는 40명, 검사에는 19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대 1에 달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자격미달 지원자가 많았다.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등으로 신뢰를 잃은 탓이다.

추천 인사 상당수가 친정부 성향이 짙은 것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부장검사 후보로 추천된 김성문 변호사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이재순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서평 소속이다. 최석규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김앤장에서 함께 근무했고 지금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활동한 법무법인 동인 소속이다. 검사후보 일부는 현 정부 들어 친여 소송을 전담하는 법무법인 소속이라고 한다.

김 처장은 황제조사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돼 있다. ‘호송차 뒷문이 안 열려 관용차를 제공했다’는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가 마지못해 조사 당시 CCTV 영상을 추가 제출했지만 복도 출입 장면만 담겼다고 한다. 인사청문회 당시 “공수처 조사는 개방형 조사실에서 모든 과정을 영상녹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말과 배치된다.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뻔뻔함의 극치다. 공정성과 독립성은 수사의 생명과도 같다. 검사를 제대로 뽑지 못하는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는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국민의 불신을 사며 ‘정권호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공수처야말로 개혁 대상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