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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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내분 휩싸인 집권여당

與 비주류, 선거 참패 ‘친문책임론’ 추궁
친문선 “계파갈등만 부추기는 꼴” 맞불

국민의힘도 김종인 떠나자 갈등 조짐
안철수와 합당 등 현안 해법 ‘중구난방’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소통관에서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일대 혁신을 공언한 집권여당에서 내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선거 참패의 원인을 친문(친문재인)에 물으며 ‘친문 2선 후퇴론’이 불거졌다. 친문계는 “지금 민주당에 계파가 어딨느냐”고 맞섰다. 앞으로 당권 경쟁과 대선 구도 속에서 갈등은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비대위 첫 공개 회의에서 재보선 참패 일성으로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며 “민심 앞에 토 달지 않겠다”고 납작 엎드렸다. 도 위원장은 “분노와 질책,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음을 잘 안다”며 “더 꾸짖어달라. 마음이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도 했다. 비대위는 ‘질서있는 수습’의 첫 행보로 다음주부터 민심 경청 투어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당내에선 비주류가 나서 친문 책임론을 추궁했다. 전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노웅래 의원은 친문 핵심인 도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 것을 두고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을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로 뽑으면 쇄신의 진정성이 생길 수 있나”라면서 “솔직히 면피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우리가 자기검열을 받고 있는데, 그분들이 기껏해야 몇천 명일 것”이라며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를 갖고 하지 않으면 우리 정치의 영역이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30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2030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도종환 비대위원장,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연합뉴스

오는 16일 원내대표, 다음 달 2일 당 대표 경선에서 친문계가 한발짝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라 제기됐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내로남불’ 행태를 꼬집고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날은 박용진 의원이 “새 인물·가치·노선을 표방해야 한다”며 사실상 친문 불출마를 압박했다.

민주당 내 초선 의원 50여명도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당내 친문 기득권 해체와 지도부 쇄신 등을 요구했다. 현재 당 대표 주자 중에는 홍영표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 중에는 윤호중·김경협 의원이 친문으로 꼽힌다.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선 참패에 따른 쇄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핵심인 ‘부엉이 모임’ 출신의 전재수 의원, 최인호 수석대변인 등은 우후죽순 터져 나온 친문 후퇴론에 대해 “반성과 혁신을 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계파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역공했다. 전 의원은 “친문이다 아니다로 당의 쇄신·혁신 작업을 평가절하해 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최 수석대변인은 “선거 패배를 특정 몇 사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라는 식의 ‘십자가 밟기’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들을 잃는다”고 반박했다.

 

이동수·이현미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