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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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지키기’ 앞장선 이성윤… 조국·박상기도 수사 무마 정황

수사외압 혐의 기소 李 지검장 공소장 보니…

김학의 출금 주도 이규원 검사
수사 본격화에 이광철에 연락
이후 조국→ 윤대진→ 안양지청장
“곧 유학 가는데 문제 없게” 민원

법무부, 공소장 유출 감찰 검토
조국 “수사 압박·지시한 적 없어”
박범계 “이성윤 기소, 억지춘향”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16일 동안 이어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긴급출국금지를 주도한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막은 큰 버팀목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목했다. 이 지검장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소장에는 그의 결백 주장과 배치되는 수사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특히 이 지검장뿐 아니라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핵심 인사들도 이 검사 수사 무마를 위해 관여한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13일 법조계와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지검장의 일부 공소장 내용이 공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해외 출국을 긴급히 막는 과정에서 이 검사의 절차적 위법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수사 중단 압박이 들어왔다. 안양지청은 2019년 4월 법무부로부터 ‘김학의 출국금지 정보 누설’ 관련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하던 중 이 검사가 김 전 차관 출금서류에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하는 등 절차적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그해 6월 19일 이 검사의 비위 관련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실을 안 이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광철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에게 연락했다. 이 행정관은 상관인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규원 검사 곧 유학 갈 건데, 검찰에서 (이 검사) 미워하는 것 같다. 수사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전달했다. 당시 조 민정수석은 이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에게 전했다. 이에 윤 검찰국장은 연수원 동기인 이현철 안양지청장(현 서울고검 검사)에게 전화해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 조치는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이라며 “왜 이 검사를 문제 삼아 수사를 계속하느냐. 이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데 출국에 문제없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청장은 이에 담당 부장검사에게 “대검과 법무부에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하냐. 지시대로 이 검사 피의자 입건 및 추가 수사는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 의뢰한 사항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이 검사 혐의 발견 및 추가 수사 계획’ 보고를 승인해놓고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6월 25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출금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직후 윤 검찰국장에게 “(검찰이)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윤 검찰국장은 이 지청장에게 다시 전화해 “왜 계속 이 검사를 수사하느냐”고 항의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역시 안양지청에서 이 검사 추가 비위 사실을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하겠다는 보고서가 올라오자 수사 확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 지검장이 이끌던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법무부와 대검이 이미 협의해 출금 조치한 것”,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조치 직후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사후 출금 추인을 요청한 바 있다. 안양지청이 결국 그해 7월 3일 “김 전 차관 출금 수사누설 관련 수사 의뢰 대상자를 모두 무혐의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리자 이 지검장은 안양지청 스스로 관련 수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긴급출금 관련 내용을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현 전주지검장)는 수사팀의 뜻과 달리 “급박한 상황에서 서류 작성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는 진행 계획 없음”이라는 문구를 추가로 보고서에 기재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날 공소장 내용 일부가 알려지자 법무부는 발끈했다. 이 지검장의 변호인이 공소장을 열람하기도 전에 관련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두고 감찰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SNS에 “저는 이 건과 관련해 수사 압박을 가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사는 수원지검이 해놓고 정작 기소는 (서울)중앙지검이 하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 관할을 맞추기 위한 억지 춘향”이라며 검찰의 이 지검장 기소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의 비위 사실 확인 통보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자 대검도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 지검장의 직무배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