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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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결단·추진력’ 이낙연 ‘정치경험 풍부’ 정세균 ‘화려한 이력’ 강점 [심층기획]

여권 대선주자 SWOT 분석

이재명, 구체적 성과 도출로 민심 잡아
친화력 강해… 4·5선 중진들까지 지지
국회의원 경력 없고 친문계 지지 부족
당내 경선 통과 위해 풀어야할 과제로

이낙연, 여의도 정치와 행정 두루 경험
신중하고 정제된 언어 습관… 구설 안올라
MB·朴 사면 거론으로 지지율 ‘치명타’
현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론도 부담

정세균, 당대표·총리 지내… 스펙 압도적
당내 지지 기반도 가장 공고하게 구축
코로나 방역 지휘 중 사퇴는 ‘양날의 검’
호남 출신인 점도 지지율 걸림돌 우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빅3’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대선 준비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4일 각 후보 측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견해를 종합해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 요인(Opportunities), 위협 요인(Threats)을 들여다보는 틀인 ‘SWOT(스와트) 분석’으로 각 후보를 살펴본다.

◆이재명 경기지사… 결단력과 추진력은 강점, ‘0선’은 약점

이 지사는 강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구체적 성과를 내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사업은 물론 도민이 일상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소규모 사업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자 중앙정부와 별도로 전자화폐 방식 재난지원금을 도민에게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심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한 친화력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이 지사는 올해 들어 여당 의원들을 잇달아 공관으로 초청하는 등 여의도 정치권과 접촉면을 넓혀 왔다. 그 결과 초·재선 그룹은 물론 4, 5선 중진 상당수의 지지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 모임 ‘성장과 공정’ 포럼(공동대표 김병욱·민형배)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현역 의원만 4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최근 여권 내 1강으로 올라서면서 이 지사와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당내 의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생 스토리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 요소다.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소년공으로 노동현장에 뛰어들었고, 왼쪽 팔을 기계에 눌려 장애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팔을 곧게 뻗지 못한다.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과 동시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가 됐다. 그에겐 힘든 나날이었지만 정치인의 삶의 궤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반면 ‘빅3’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대통령이 되려면 여의도 정치를 먼저 경험해야 한다는 사고가 정가에 불문율로 전해진다. 대통령에게 고도의 정무적 판단력이 요구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를 폭넓게 얻지 못하는 점도 약점 중 하나다.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여권 ‘1강’인 자신을 꺾기 위해 나머지 후보가 단일화로 맞설 경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사와 관련한 야권의 네거티브에도 맞서야 한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그에게 꼬리표처럼 붙은 일이다. 여당 내에서도 장차 관련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는 국정감사 등 공식 석상에서 해당 사안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사과를 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민이 정부에 과감한 추진력과 행정력을 요구하는 상황은 성과를 중시하는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친문 및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외곽단체인 ‘민주평화광장’을 통해 이 지사를 적극 지지하기로 함에 따라 당내 입지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이 지사 측은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 풍부한 정치경험은 강점, 지지율 반전에 고심

이 전 대표의 정치이력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국무총리를 두루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고, 전남지사 재직 중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현 정부 첫 국무총리에 올랐다. 역대 총리 중 최장수 총리로 기록됐다. 여의도 정치와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강점으로 꼽힌다.

신의는 있되 사심이 없는 점도 그의 강점이다. 문 대통령과 장기간 호흡을 맞춰 온 그는 직분에 충실하며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당 대표 임기 중 대선 출마 준비 등 충분히 ‘자기 정치’를 할 수 있었지만, 본인이 마다하는 바람에 측근들이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국난 극복이 우선인 와중에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라는 게 이 전 대표 생각이었다고 한다.

신중함과 정제된 언어습관도 그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당 대변인을 수차례 지내며 메시지 관리의 중요성을 체득한 그는 거친 표현 등으로 불필요한 구설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안정적인 정치인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호남 출신인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장차 대선에 나설 경우 지역적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영남 출신인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특히 ‘호남의 심장’ 광주 민심은 동향 출신을 떠나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영·호남 민심을 향한 구애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거론해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약점 중 하나다. 리더로서 결단력은 필요하지만,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당 지도부와 별도 상의를 거치지 않고 꺼내 주변 관계자들의 아쉬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기자 출신 정치인으로서 쌓아온 이력이 일종의 ‘엘리트 코스’로 비쳐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사면론으로 잃은 지지율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위협 요인이다. 아울러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국정운영 난맥상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야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안정적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화합을 끌어내기를 바라는 국민 염원은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 화려한 정치이력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

정 전 총리는 당내 지지기반을 가장 공고하게 구축한 점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현역 의원 60여명이 참여한 모임 ‘광화문포럼’이 정 전 총리에게 든든한 버팀목에 해당한다. 4선 중진 김영주 의원이 회장을 맡은 이 모임은 정 전 총리가 의원 시절 좌장을 맡던 연구모임 ‘서강포럼’을 계승했다.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원내 구성원은 폭넓다. 이원욱, 안규백 의원 등 중진들이 정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 전 총리의 팬클럽 ‘우정(우리가 정세균이다) 특공대’와 소통하며 지지기반 확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인 장경태 의원 등도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객관적인 ‘스펙’만 놓고 보면 정 전 총리는 타 후보를 압도한다. 국회의원과 원내대표, 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6년 2월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입각했으며 2016년 6월 국회의장을 지냈다. 지난해 1월 국무총리로 발탁돼 1년여간 내각을 통할했다.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를 두고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정 전 총리도 이 지사처럼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런 매력적인 인생 스토리가 화려한 정치 이력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시기 총리를 맡은 점은 그에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스스로 ‘방역 사령관’을 자처했으면서 정작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른바 ‘K 방역’의 성과를 강조하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방역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실상 방역은 마스크 착용을 성실히 한 국민이 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다만 올해 11월 정부가 공언한 계획대로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각종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정 전 총리의 성과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점은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호남 출신인 점도 지지율 반등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엄밀히 정 전 총리는 전북, 이 전 대표는 전남 출신이지만,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호남 민심을 둔 치열한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