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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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 ‘경제고통’ 지표 보고도 정책 바꿀 생각 하지 않나

경제고통지수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지난달 6.6으로, 5월 기준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생활물가 상승률과 확장실업률을 합한 서민경제고통지수는 무려 16.8에 달했다. 이 지수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수십만 개의 공공 아르바이트를 만들어 실업률 통계를 장밋빛으로 꾸민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 지수는 더 나쁠 것이 확실하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큰 경제고통이 밀려드는지는 훤히 드러난다.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집값 폭등세는 아직도 이어진다. KB부동산 주택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문재인정부 4년간 평균 87.4% 올랐다. 서울 전셋값은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면서 최근 1년 새 16.55%나 뛰었다. 싼 집을 찾아 떠나는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2030세대에서는 ‘이생망’ 한탄이 쏟아진다. 빚도 눈덩이처럼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민간부채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말 87.3%에서 작년 말 103.8%로 16.5%포인트나 높아졌다.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기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62년 이후 처음이다. 가난한 가계일수록 빚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소득 상위 1%의 부채가 8.5% 감소한 반면 소득 하위 20%의 부채는 5.3% 늘었다. 저소득층일수록 더 깊은 ‘빚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집값·부채·고용·물가 어느 것을 봐도 국민의 경제고통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 원리에 눈을 감은 채 오로지 규제·세금폭탄에 의존하는 정책을 편 결과 ‘경제 파탄의 수레바퀴’가 구르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외치면서 기업에는 규제 족쇄를 채우고, 집값 안정을 외치면서 공급에는 등을 돌렸으니 어찌 일자리가 생기고, 집값이 잡히겠는가.

‘엉터리’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재정 살포와 최저임금 인상에 의존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규제를 능사로 아는 관치 정책을 청산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부동산정책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정책에 대해선 반성 한마디 없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경제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