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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공군기지’ 한국형 최신 경항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찬의 軍]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MADEX 2021)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경항공모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해군이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3만t급 경항공모함 건조를 둘러싼 국내외 방산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은 2조30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서 설계 및 제작해 2033년까지 경항모를 배치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연구용역과 사업타당성조사를 거쳐 연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반영되면 경항모 사업은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1)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해군이 각각 서로 다른 경항모 모형을 선보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으로 예정된 경항모 기본설계 사업 수주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항모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는 장비나 무기 등을 공급하려는 국내외 업체들까지 감안하면, 사업 수주 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하게 진행되는 셈이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경항공모함 모형을 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차이점도, 공통점도 많은 경항모 컨셉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념설계를 진행했던 현대중공업은 이번 전시화에서경항모 최신 모형을 공개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상당 부분 달라진 모습이다. 넓은 비행갑판과 스키점프대 등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6만5000t)에 적용된 함재기 운용능력 극대화 기술이 대거 반영됐다. 퀸 엘리자베스호 설계에 참여했던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 협력한 결과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전장 270여m, 전폭 60여m에 이르는 이 경항모는 해군이 올해 초 공개한 경항모보다 비행갑판 폭을 약 30% 확장했다. 전장과 전폭은 각각 10여m, 20여m 늘었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경항공모함 모형.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와 유사하다. 해군 제공

비행갑판 폭이 넓어지면 헬기, 수직이착륙기 착함 공간과 함재기 이륙 활주로가 명확히 구별돼 이착함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함수에는 모듈형 스키점프대를 설치했다. 

 

함재기로 유력한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는 180~250m 길이의 비행갑판이 필요하다. 올해 초 해군이 개념도를 공개한 직사각형 모양의 경항모 비행갑판 길이는 265m. 스키점프대가 없어도 F-35B 이륙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경항모에 스키점프대를 설치한 것은 F-35B의 무장탑재량과 비행거리를 늘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F-35B가 더 많은 무장을 싣고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면, 경항모의 공격력도 강해진다.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참가자들이 대우조선해양 부스에 전시된 경항공모함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한국형전투기(KF-21) 해군형은 KF-21 ‘네이비’ 탑재를 고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비행갑판 개조와 관련, “한국형 함정용 항공기 개발 시 최소한의 개조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행갑판에 어레스팅 기어만 설치하면 러시아 쿠즈네초프나 중국 산둥호 항모처럼 ‘단거리 스키점프대 이륙-어레스팅 기어 착륙’ 방식으로 KF-21 ‘네이비’ 이착함이 가능하다. 

 

기존 일체형이던 함교와 통제탑을 2개로 분리해 비행갑판 운용능력을 개선했다. 함교와 통제탑에는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8개가 장착됐다. 대신 마스트 크기는 최소화했다. 함미에는 무인기와 무인 함정 운용 공간을 마련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군이 기존에 공개한 것과 유사한 직사각형 모양의 4만5000t급 경항모 모형을 공개했다. 자체적으로 개념설계를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의 경항모는 현재 시점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압축적으로 적용, 기술적 신뢰성과 안정성을 추구했다는 평가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해군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경항공모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전장 253m, 전폭은 약 47m로서 함재기를 비행갑판으로 보내는 엘리베이터 2기는 경항모 오른쪽에 배치, 비행갑판 사용 효율성을 높였다.

 

함재기를 함 내에 보관하는 방법도 일부 공개했다. 비좁은 경항모 내부에 함재기를 어떻게 수납하는가에 따라 정비 효율성, 장비 및 군수품 탑재량 수준이 결정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비행갑판 밑의 격납고에 F-35B 10여 대를 지그재그로 적재하는 모습을 담은 모형도 공개했다. 

 

모형에 구현된 구상대로 격납고가 만들어지면 비행갑판에 있는 F-35B까지 합쳐서 20여대의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측은 “효과적으로 소티(항공기 출격횟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소티 생성률을 높이기 위해 소티 산출 시뮬레이터를 개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해군 부스에 전시된 한국 해군 경항공모함 전투단 모형. 경항모를 중심으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과 이지스함 등이 호위를 한다. 해군 제공

국내 조선소는 경항모 건조 경험이 없다.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고자 대우조선해양은 이탈리아 국영 조선소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기술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핀칸티에리는 F-35B를 탑재하는 이탈리아 경항모 카보우르호와 강습상륙함 트리에스테함을 건조했다. 기술협력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경항모 건조과정에서 겪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제안한 경항모는 해군이 기존에 공개한 경항모 개념도보다 폭과 길이가 더 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함재기 탑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공개된 프랑스 핵항모 샤를 드골호 격납고 내부 모습을 보면 라팔 전투기와 군수물자, 부품, 정비에 쓰이는 장비 등이 뒤얽혀 여유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프랑스 핵항공모함 샤를 드골호 격납고 내부 모습. 라팔전투기와 각종 물자 등으로 꽉 차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정비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사시 작전 내용에 따른 항공기나 물자 추가 탑재도 쉽지 않다.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는 이같은 문제를 감안, 격납고와 비행갑판 공간을 최대한 넓게 설정했다. 

 

공간이 넓어지면, 지상기지에서 해야 할 수준의 정비도 제한적이나마 경항모에서 할 수 있다. 이는 함재기 가동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탑재 항공기 수는 적지만, 가동률과 소티를 높이면 전투 효율도 그만큼 향상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크기도 크고 스텔스 성능 때문에 관리가 까다로운 F-35B보다는 다수의 드론 또는 중형 무인전투기를 탑재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드론 항모’인 셈이다.

 

미국 보잉이 항모 등 함정 탑재용으로 개발한 MQ-25 무인기는 최근 미 해군 F/A-18 전투기와의 공중급유에 성공했다. 개발이 진행중인 XQ-58A 무인전투기는 F-35B처럼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을 탑재한 채 F-35B보다 더 멀리 떨어진 지상 표적도 타격할 수 있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한화시스템 부스에 설치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모형. 한화 제공

무인기 탑재가 거론되는 터키 강습상륙함 아나돌루함(2만7000t)의 사례로 볼 때, 3만t급 경항모라면 F-35B보다 훨씬 많은 30~50대의 무인기를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개발했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무인전투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이 인공지능(AI)과 드론 관련 기술개발에 나서는 상황을 감안하면 ‘드론 항모’로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F-35B의 작전비중을 낮추는 대신 다수의 드론이나 무인전투기를 탑재해 작전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참가자들이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LIG넥스원 부스에 전시된 근접방어 무기체계(CIWS)-Ⅱ를 관람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경항모 탑재 장비 경쟁도 치열

 

경항모 탑재가 가능한 장비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미사일과 소형함정 공격을 저지할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 사업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9월 업체선정을 앞둔 CIWS-Ⅱ 사업은 320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국산화하는 사업이다.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경쟁 구도다.

 

CIWS-Ⅱ 실물모형을 전시한 한화시스템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고속 소형함정을 탐지하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해군 함정용 사격제원계산장치, 전자광학추적장비 등이 결합된 CIWS-Ⅱ 체계개발 역량을 소개했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한화디펜스 부스에 전시된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 모형. 한화 제공

한화시스템측은 “CIWS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려면 자동화된 탄착수정기술과 탄착 수정 오차를 줄이는 고정밀 알고리즘이 필요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사격제원계산장치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IG넥스원도 CIWS-Ⅱ 사업 관련 솔루션을 선보였다. CIWS-Ⅱ는 해군이 쓰는 네덜란드산 골키퍼 CIWS와 동일한 포신과 급탄장치를 사용, 국내 개발이 이뤄진다.

 

골키퍼 창정비 경험을 갖춘 LIG 넥스원은 이를 적극 부각하는 모양새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GE 부스에 GE의 함정용 통합전기추진체계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GE 제공

LIG넥스원 측은 “지난해 9월 골키퍼 창정비 완료 후 항해 수락시험을 마무리하고 시스템 체계 통합과 시험평가는 물론 적시 군수지원능력 등의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며 골키퍼 창정비로 확보한 전문인력과 정비시설,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CIWS-Ⅱ 국내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화디펜스는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를 소개했다. KVLS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국산 수직발사 시스템으로 해군 구축함 등에 탑재돼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신형 유도무기 탑재를 위한 고성능 대형 수직발사체계인 KVLS-Ⅱ도 개발 중이다. 한화디펜스가 독자 개발 중인 KVLS-Ⅱ는 기존 KVLS보다 유도무기 탑재중량과 화염처리 능력이 대폭 향상돼 해군의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롤스로이스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롤스로이스의 함정용 통합전기추진체계와 MT30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경항모 탑재가 가능한 함정 동력체계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영국 롤스로이스가 경합하는 모양새다. 

 

GE는 6000t급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과 경항모에 제안하는 전기추진 솔루션을 소개했다.

 

KDDX를 위한 추진시스템으로는 통합전기추진(IFEP), 하이브리드전기추진(HED)을 제안한다. 통합전기추진(IFEP) 시스템은 영국 해군 45급 구축함을 위해 GE가 고안한 시스템과 거의 동일하다. 

 

하이브리드전기추진(HED)은 영국 해군 26급 호위함, 호주 해군, 캐나다 해군 호위함(Global Combat Ship) 프로그램에 적용된 충격 테스트를 거친 3.4 메가와트(MW) 모터를 사용한다. 두 추진 시스템 모두 2대의 GE 가스터빈을 사용한다.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9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우조선해양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군함 모형들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대구급 호위함에 MT30 가스터빈을 공급한 롤스로이스는 울산급 호위함(FFX) 배치-III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한국 내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MT30은 단일 엔진으로 탁월한 출력밀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첨단 해군 플랫폼에 동력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가스터빈의 수를 크게 줄여 설계상 이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