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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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그라들지 않는 ‘검은 곰팡이증’…전국이 공포의 도가니

최근 3주 동안 150% 이상 증가…감염자 3만1천명‧사망자 2천여명
마하라슈트라‧구자라트 등 서부 지역 대유행…코로나19 대확산 지역
모디 총리 “인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대처 시스템 준비해야” 당부
초기치료 놓치면 안구 적출, 코·턱뼈 절제해야 뇌 전이 막아 ‘치명적’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서 털곰팡이균 감염자(왼쪽에서 두 번째)를 치료하는 의료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신화=연합

 

인도에서 ‘검은 곰팡이증’의 대확산이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질환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3만1000명을 기록했고, 사망자가 2100명을 넘어섰다.

 

검은 곰팡이증의 정식 명칭은 ‘털곰팡이증(또는 모균증, mucormycosis)’이다. 치사율이 무려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도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12일 NDTV 등 인도 매체들에 따르면 검은 곰팡이증 감염자가 최근 3주 동안 150% 늘면서 현재까지 누적 3만121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누적 2109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하라슈트라주의 감염자가 7507명으로 가장 많고, 구자라트주가 5418명으로 뒤를 이었다.

 

인도 서부에 위치한 이들 지역은 최근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했던 지역이다.

 

인도의 검은 곰팡이증 누적 감염자는 5월 22일 기준 8848명, 5월 26일 기준 1만1717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이유는 주요 치료제인 항진균제 ‘암포테리신-B’의 심각한 부족이 꼽힌다.

 

보건당국은 항진균제 물량을 마하라슈트라주와 구자라트주에 더 많이 지원하고, 검은 곰팡이증을 ‘전염병’에 포함해 이 병에 걸린 환자나 의심 환자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우리는 검은 곰팡이증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검은 곰팡이증은 일반적으로 희소병으로 분류되지만, 인도가 코로나 환자 급증 사태를 겪으며 감염자가 속출했다. 

 

이 질환은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에서 가끔 발견됐지만, 코로나19 감염자나 음성 판정 후 회복하고 있는 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동안 집중적으로 퍼진 것이다.

 

현지 의학 권위자는 “(인도의) 많은 당뇨병 환자와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사용 때문에 검은 곰팡이증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치료에 욕심을 낸 코로나19 환자들이 스테로이드를 과용하면서 면역력이 심각하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곰팡이에 쉽게 감염됐다는 것이다.

 

이 질병이 검은 곰팡이증으로 불리는 것은 감염된 피부 조직이 괴사해 검게 변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 병에 걸리면 코피를 흘리고, 눈 부위가 붓거나 피부가 검게 변하며, 시력이 흐려지는 한편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눈, 코 외에 뇌와 폐 등으로도 전이될 수 있으며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무려 50%에 이른다.

 

초기 치료를 놓칠 경우 뇌 전이 등을 막기 위해 안구를 적출하고, 코와 턱뼈 등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한편,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2월 초 1만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같은 달 중순부터 다시 폭증해 5월 7일 41만4188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봉쇄조치 등 효과로 폭증세가 꺾이면서 점차 줄어 전날 9만1702명이 추가돼 누적 2927만여명, 사망자는 3403명이 늘어 누적 36만3000여명이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