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일본 정부, 선수단 한식 도시락에 난데 없이 트집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에서 20일 조리사들이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한식 도시락을 먹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福島)현 식자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후효히가이’(風評被害·풍평피해)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후효히가이는 일본어로 근거 없는 소문으로 생기는 피해를 뜻한다.

 

교도통신은 2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말 우리 외교부에 한국 선수단을 위한 급식센터가 ‘후효히가이’를 조장한다며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는 안전이 확보돼 있다며 오해를 초래하는 행동의 개선을 선수단에 촉구하도록 했다고 한다. 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 전달되는 꽃다발에 후쿠시마산 꽃을 사용한다는 한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 역시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일본측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우리정부의 인식이다. 급식 지원센터는 선수단 영양 관리를 위해 2008년 베이징 이후 올림픽 때마다 거의 매번 운영된 것이다. 한식 도시락 역시 선수 개인이나 팀이 원해서 신청하는 경우에만 받고, 그렇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선수촌 식당을 이용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후쿠시마현 식자재를 먹지 말라고 “정부가 (선수단에) 지시한 적이 없다”며 급식 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올림픽 때 매번 운영하고 있다. (선수들) 컨디션과 입에 맞는 음식 때문이며, 원하는 선수만 도시락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과거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영양 관리 등을 위해 급식 지원센터를 운영했고, 이번에는 방사성 물질 대책을 이유로 내세워 한국에서 가져온 식자재 등을 사용한다고 17일 보도했다. 이어 “(선수촌에 공급하는) 식자재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는 자민당 외교부회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 의원의 주장을 실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