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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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非아파트 땜질식 규제 완화한다고 ‘미친 집값’ 잡히겠나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서상배 선임기자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 매매가격이 0.96% 상승했다. 수도권과 서울, 5대 광역시, 8개 도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수도권 상승률은 1.29%로 2008년 6월(1.80%) 이후 13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매매뿐만이 아니다. 임대차3법 등에 따른 매물 잠김으로 전셋값도 전국적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급기야 정부가 어제 도심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건설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허용기준을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까지 풀기로 했다.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허용 면적도 50㎡ 이하에서 60㎡까지 확대된다. 공간 구성도 애초 2개(방1, 거실1)에서 최대 4개(방3, 거실1)까지 확대한다. 주택공급 물량 확보를 위한 민간의 역할을 인식하고,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자인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시적 공급난 해소엔 도움이 될지언정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경우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재당첨 규제나 실거주 의무가 없어 이미 강남 등지에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시장 불안을 키울 여지가 큰 데다 주거용을 업무용으로 신고해 탈세 도구로 악용될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주차, 일조권, 조망권은 물론 좁은 공간에 많은 방을 만드는 데 따른 주거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공급 숫자만 찔끔 늘리는 땜질대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이 뒤따라야 한다. 집 가진 국민을 범법자로 보는 바람에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 세무사들조차 복잡한 세법 탓에 양도세 상담을 꺼릴 정도다. 집값을 올린 장본인이 공시지가 현실화를 명분으로 보유세를 늘리면서 세금 체납자까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체납이 5만8000여건,1984억원에 달했다. 소득 없는 고령자들은 종부세 폭탄에 전전긍긍하는데도 정부·여당은 정치놀음에 빠져 1주택 고령자들의 종부세 납부유예 방안을 백지화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값 상승은) 한국만이 아닌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공통된 문제”라고 했다. 자기합리화이자 궤변이다. 26차례의 정책 실패를 반성 없이 국민 탓으로만 돌리니 집값이 잡힐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