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국민의힘 위기인데 尹·洪 지금 집안싸움 할 때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이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간 집안싸움으로 번졌다. 윤석열 캠프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만날 때 홍준표 캠프 인사가 동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박 원장과 조씨를 고발하면서 홍준표 캠프를 겨냥해 ‘성명불상’의 제3자를 고발장에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측을 겨냥해 “잘못 배운 정치행태”라며 발끈했다. “한 번만 더 내 캠프를 음해하면 그때는 각오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국민의힘이 자중지란까지 겪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최근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은 호재를 만났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공수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 ‘내부 총질’할 때가 아니다. 이준석 대표도 어제 초선모임 강연에서 “내일이 선거라면 결코 이기지 못하는 정당 지지율을 갖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로 대선 승리 전망은 가물가물하다. 국민의힘은 지금 똘똘 뭉쳐 외부의 공세에 대응하는 게 급선무다.

당내 이전투구를 끝내려면 우선 윤 전 총장 측이 자제해야 한다. 박 원장과 조씨, 홍 의원 측이 모두 펄쩍 뛰고 있고, 윤 전 총장 측은 명확한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여러 건의 제보가 있었다”는 말은 근거가 될 수 없다. 윤 전 총장 측이 ‘고발 사주’ 의혹에 홍준표 캠프가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홍 의원을 견제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이 대표가 “당내 의혹 제기는 최대한 신중하게 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윤 전 총장 측을 겨냥한 것이다. 홍 의원도 윤 전 총장 측을 과도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 윤 전 총장이 무너지면 그 표가 자신에게 올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또 야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윤 전 총장의 낙마는 야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어제 컷오프(예비경선)를 통해 대선 경선 후보를 8명으로 압축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음습한 정치공작 냄새를 풀풀 풍기는 공방을 당장 멈춰야 한다.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금도와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정책·비전 경쟁을 통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