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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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앙지검도 ‘고발사주’ 수사… 공정성·중복 논란 불가피

3개 기관 수사에 친여 검사 포진
노골적 ‘대선 개입’ 의혹 부를 듯
尹 공격 박지원 원장도 자중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검찰청에 이어 서울중앙지검까지 수사에 나서며 중복 수사·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13일 윤 전 총장을 고소한 사건을 하루 만에 공공수사1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같은 사건을 놓고 공수처와 검찰이 혐의만 나눠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관련 의혹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면 유례없는 네 갈래 중복 수사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제 “신속한 진상규명이란 측면에서 중앙지검 수사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복 수사 우려와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유기적 협력을 통해서 신속히 진상규명을 하는 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중복, 혼선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수사기관들이 선거중립 차원에서 대선주자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 온 관행이 문재인정부에서 완전히 깨지는 모양새다. 5개월 앞둔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친여 성향 인사들이 수사기관 전반에 포진한 점도 편향 수사 우려를 키운다. 이번 수사를 총괄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이고, 대검 지휘 라인인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채널A사건’을 지휘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공공수사부장은 윤 전 총장 징계에 동조하는 증언까지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 역시 아내가 현 정권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공수처에서는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숙정 검사가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 내년 대선과 관련해 모든 공직자에게 ‘철저한 중립’을 강조했던 김부겸 총리는 박 장관과 수사기관에 신중한 처신을 주문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국정원장의 언행도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원장은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와 8월 11일 말고도 8월 말쯤 한 번 더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씨와 함께 공수처에 고발되자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적정 수위를 벗어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 “내가 나가서 불고 다니면 누가 유리하냐”라고 했다. 박 원장은 정보기관 수장이라는 본인의 신분을 생각해 최대한 자중하고 조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소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