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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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의혹" "MB 떠올라"… 광주 달려간 명·낙, 신경전 격화

광주 달려간 명·낙, 날선 신경전

명측 “낙 주변인들 잇따라 사망”
대장동 의혹 MB 빗대자 불쾌감
캠프, 호남에 흩어져 지지 호소

낙 “광주서 반전… 결선 보내달라”
‘친문’ 홍영표·신동근 등 3명 합류
권리당원 20만 표심에 큰 영향력

與 호남권 토론회, 코로나로 연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대선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오는 25일 ‘호남 대첩’을 앞두고 이재명, 이낙연 후보 측 간 신경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권리당원만 20만명이 포진한 호남은 민주당의 최대 텃밭이자 11개 지역에서 펼쳐지는 순회경선의 반환점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낙연 후보 측근이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뒤 숨을 거둔 사건 등을 거론하며 도덕성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이낙연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를 “본선에서 불안한 후보”라고 규정하며 ‘도덕성 문제로 감옥에 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유해 거센 반발을 샀다.

 

16일 양 캠프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샅바싸움이 재개됐다. 이낙연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전날 저녁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덕성이 없는 후보는 본선에서 못 이긴다”며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도덕적으로 좀 문제가 있더라도 눈 감고 가자고 판단하고 대통령을 만들었던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감옥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맡은 5선 의원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네거티브를 반복하고 있고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재명 캠프 핵심 의원은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것”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 대변인은 전날 한 유튜버의 주장을 인용해 “(이낙연 후보는) 수행원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했다고 한다”며 “이낙연 후보 주변에서 석연찮게 죽음이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후보라고 하실 자격이 있으신가.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하여 분명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직격했다. 이낙연 후보 참모 출신 인사가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뒤 숨을 거둔 사건 등을 거론한 것이다.

현직 경기지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가운데)가 지난 1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3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수원=뉴스1

이재명 후보 캠프 의원단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호남 표심잡기’를 위한 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재명 후보와 의원단 50여명은 17일 광주에 집결해 ‘광주, 전남, 전북 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한 뒤 호남지역 곳곳으로 흩어져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캠프 의원 20여명과 광주를 찾았다. 그는 “민주당 경선이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며 “광주에서 반전을 일으켜 결선투표로 가는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낙연 후보 측은 ‘홍준표 대항마는 이낙연’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야권에서 홍준표 후보가 급부상 중인 점을 이용해 여권 판도를 바꿔 보려는 의도가 깔렸다.

 

이낙연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호남에서는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가 내려가고 홍준표 후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고 있다”며 “윤 후보가 아니라 홍 후보가 부상하면 ‘욕설 논란’이 없고, 더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로 맞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후보(가운데)가 1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그간 중립지대를 고수하던 친문(친문재인) 홍영표·신동근·김종민 의원은 이날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정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가장 성공적으로 이어갈 후보”라며 이낙연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당내에서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이들 의원의 캠프 합류는 남은 경선 레이스에서 권리당원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겨냥해 “경선이 이재명과 이낙연, 크게 두 흐름이 있는데 그 안에 민주당이 나아갈 길, 어떤 나라로 갈 것이냐에 큰 차이가 있다”며 “한쪽으로 쏠려 비전에 대한 논쟁이 사그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광주에서 호남권 대선경선 후보 TV토론을 열 예정이었지만, 주관 방송사 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정을 연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