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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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의울림] 백인 장성들 앞자리엔 ‘원톱’ 흑인 장성

미 합참 페이스북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장관(2001∼2005)과 합참의장(1989∼1993)을 지낸 콜린 파월이 지난 18일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 언론은 합참의장 시절 걸프전쟁(1990∼1991)에서 이라크와 맞서 미국 등 다국적군의 승리를 이끌어내고, 국무장관 재임시엔 9·11 사태 이후 전개된 ‘테러와의 전쟁’의 전면에 섰던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진정한 애국자를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사진은 고인이 합참의장으로 일하던 시절 미군 합동참모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기념으로 찍은 것이다. 파월이 제일 앞에 있고 뒤로 합참차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그리고 해병대 사령관이 도열해 있다. 파월 빼고는 모두 백인이다. 계급은 똑같이 별 넷 대장이지만 파월 혼자 탁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모습에서 ‘군 서열 1위’의 권위가 느껴진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고인은 육사가 아닌 일반 대학 학군단(ROTC)을 거쳐 육군 장교가 되었고, 흑인으로는 처음 합참의장이란 중책에 올랐다. 일각에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저지른 과오(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는데도 있다고 주장한 일)을 들어 고인을 비판하지만, 미국에서 백인 이외 인종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 모습이다. “파월은 연거푸 인종의 장벽을 무너뜨렸고, 후진을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으며, 차세대 리더십의 육성에 전 생애를 바쳤다.”(조 바이든 대통령의 애도성명 중에서)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