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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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치주의 무너뜨리는 시위사범 ‘보은특사’ 안 된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시위사범들이 대거 포함된 성탄절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면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지난달 초 전국 일선 검찰청에 사면과 관련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 집회, 근로자 불법집회 한진중공업 관련 ‘희망버스’ 사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를 비롯한 6가지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 내용으로 볼 때 시위사범이 중심이 된 사면이 될 공산이 크다. 사면 대상자 대부분이 현정권 지지층이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보은·코드사면’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면 검토 대상에 든 시위 관련자 대부분은 특정 집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해 공권력을 무시하면서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과거의 국가 공권력 행사와 사법적 결정을 부정함으로써 같은 유형의 불법 재연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사회적 손실을 끼친 불법시위 가담자라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라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소지가 있다. 공권력이 앞으로 ‘전문 시위꾼’에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민노총의 불법시위는 목불인견의 지경이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2019년, 2020년 모두 네 번의 특별사면 때도 광우병 촛불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참가자,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참가자,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찬양·고무) 등 시위사범을 매번 포함했다.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자들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과 독일 등 법치 선진국들은 시위사범에 대한 사면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매우 특별한 경우에 한정한다. 국민들이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대통령 사면권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최대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면은 기본적으로 사법부의 최종 결정을 뒤집는 반(反)법치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특별사면은 더욱 그렇다. 특히 시위사범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사면의 본래 취지인 국민 통합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보은·코드사면’은 사법 경시 풍조를 부추기고 국민 분열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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