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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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미크론 변이에 뚫린 한국, 거리두기 강화 시급하다

감염 의심자 9명 중 5명 확진
재택치료 1만명, 가족감염 우려
선제 방역 조치 실기해선 안 돼
1일 오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코로나 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어제 처음으로 확인됐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의심자로 분류됐던 9명 가운데 40대 부부와 이들의 지인인 40대 남성 1명 등 총 5명이 감염자로 확진됐다. 나머지 감염 의심자 4명의 분석결과가 금주 중 나오면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 확진자는 5123명을 기록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첫 5000명대 기록이며 가장 많은 수치다. 위중증 환자도 최다치인 723명이다. 재택 치료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4명이나 나왔다. 지난달 22일 초·중·고 전면등교를 실시할 때만 해도 문제없다던 교육부는 뒤늦게 백신 접종을 호소하고 있다.

 

방역은 선제 대응이 필수다. 청와대는 어제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면 대대적인 방역조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건부 방역 강화다. 여전히 거리두기 등에 미온적 태도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일로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국이 고강도 봉쇄조치에 나서는 것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일본은 지난달 30일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을 불허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스라엘, 모로코 등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등 최소 19개국으로 확산돼 있다. 이미 상당한 국가로 퍼져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엊그제 정부가 내놓은 재택 치료제는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위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이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확진자를 줄일 대안이 될 수 없다. 집에서 가족 간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데다 아파트의 주거문화 특성 등을 감안하면 집단감염 확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한 의료 모니터링 체계와 응급상황 시 병원 이송 체계의 보완이 화급하다. 전국 위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은 78.8%, 수도권은 89.2%에 달한다.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5차 대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신규 확진자 6000∼7000명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1만명까진 대비책을 세워 두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나. 거리두기 등 선제적 방역강화 조치를 미적거려선 안된다. 현실을 알면서도 주저한다면 ‘정치 방역’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