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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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명이 일생 동안 아기 1명 낳을까 말까 [뉴스 투데이]

3월 사망자 4만4487명 ‘역대 최대’
코로나 영향 탓… 전년보다 67%↑
출생아 수는 76개월째 하락세

1분기 합계출산율 0.86명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저 기록
추세대로라면 2022년 내 0.7명대 ‘암울’

혼인 5.5%↓… 역대 두 번째 낮아
40세 이상 출산율은 꾸준히 증가
올해 3월 출생아 수가 2만2000명대를 기록, 7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저출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 마련된 신생아실이 군데군데 비어 있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3월 사망자가 4만40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1983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2만2000명대를 기록, 7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올해 1분기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은 0.86명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1분기 기준)를 갈아치웠다.

 

25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3월 인구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사망자 수는 4만448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6% 증가했다. 지난해 3월과 2020년 3월 사망자 수가 각각 2만5850명, 2만550명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사망자 수가 폭증한 것이다. 1983년 1월부터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망자 수가 4만명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사망자 수가 급증한 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010만1940명(해외 유입 포함), 8420명을 기록할 정도로 확산세가 거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의료 체계 과부하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간접적인 피해도 커지면서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의 초과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 2월27일~4월2일 사망자 수(4만8768명)는 과거 3년 같은 동일 주간 최대 사망자 수와 비교해 62.8%, 전년 대비 63.2%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년 대비 3월 사망자 증가폭이 1만7000명대였고 질병청이 발표한 3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8000명대였기 때문에 약 9000~1만명 정도가 추가로 사망한 것”이라면서 “고령화 영향에다 의료기관 이용 제한 등 간접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사망자가 급증한 가운데 저출산 현상은 지속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2만2925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1009명) 감소했다. 동월 기준 역대 최소치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76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출생아 감소 현상이 계속되면서 합계출산율은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1분기에 0.86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02명 감소하면서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적었다. 합계출산율은 2019년 1분기 1.02명을 기록한 이후 12개 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통상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데 1분기부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처음으로 1명 아래를 기록한 뒤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등 4년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도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국가였는데,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향후 출산율이 상승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1분기 혼인 건수는 4만5377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637건(5.5%) 감소했다. 전 분기 통틀어 지난해 3분기(4만4192건) 이후 가장 적었다. 3월만 놓고 봐도 혼인 건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446건(8.6%) 줄어든 1만5316건으로 3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적었다. 아울러 늦게 출산하는 현상도 계속됐다. 1분기 기준 25~29세 여성의 출산율이 전년 대비 4.3명 줄었고, 30~34세 여성도 1.8명 감소했다. 반면 35~39세 이상, 40세 이상 여성의 출산율은 각각 1.5명, 0.5명 증가했다.

 

사망자가 급증하고 출생아 수는 감소하면서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절벽’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크게 초과하면서 인구는 2만1562명 자연감소했다. 자연감소폭이 2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11월부터 29개월째 연속 자연감소 현상이 지속된 셈이다.

 

한편, 4월 국내 인구이동은 4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4월 중 국내 이동자 수는 4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7% 줄었다. 4월 기준 1974년(48만명) 이후 48년 만의 최저치다. 인구 고령화에 부동산 거래 둔화가 맞물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