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단식 17일째인 그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 전원은 윤석열정권 폭정과 검찰독재에 맞서는 총력투쟁을 선언한다”면서 윤석열정권 전면적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 등 5개 조항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 대표 단식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한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로 수세에 몰리자 한 총리 해임건의안으로 맞불을 놓으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받는 혐의는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개인 비리 혐의다. 민주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대표가 개인 차원에서 수사와 재판에서 제대로 소명하고 방어권을 행사하면 된다. 이들 사건을 알지도 못하는 민주당이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걸핏하면 다수 의석을 무기로 ‘이재명 방탄용’ 국무위원 해임건의안과 탄핵 카드를 꺼내 든다. ‘비리 검사’ 탄핵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는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당임을 포기하고 ‘이재명 사당’임을 자인하는 꼴이기도 하다. 제1야당이 당대표 개인 문제로 망가지는 건 민주당을 넘어 우리 정치의 불행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이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에서 잇따라 흉기 난동을 벌여 유혈 사태가 빚어졌는데도 민주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무총장 명의로 당 홈페이지에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를 냈을 뿐이다. 극성 팬덤의 행태가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이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온 민주당 책임이 크다.
검찰이 이르면 오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사건을 넘겨받아 자신들이 수사해 온 백현동 사건과 묶어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1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당대표 개인 비리 의혹의 방어가 아니라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게 과반 의석을 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이 대표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회피하기 위한 단식을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