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을 겪던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가 원칙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수도권 3개 시∙도가 신규 매립지나 소각장을 마련해두지 못한 상황 속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폐기물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각 지자체가 민간 소각장을 포함해 연내 대안 마련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4자간의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 업무협약을 맺었다. 직매립 금지는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는 것을 금지하고, 소각·재활용 과정에서 나온 잔재물·협잡물만 묻게 허용하는 제도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2021년 결정됐다. 하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이 이후 소각장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행 여부에 혼선이 일었다. 일부 지자체들이 유예를 요청했지만, 국무조정실과 기후부가 나선 끝에 4자 업무협약을 통해 원칙적 시행이 결정됐다.
시행은 결정됐지만, 지자체들이 이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기후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4일 브리핑을 열고 5∼22일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생활폐기물을 바로 매립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고시’ 제정안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자체와 합의로 재난, 시설 가동 중지 등 일부 상황에 한해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허용할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직매립금지 시행에 맞춰 이를 소화할 소각장 등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서 ‘폐기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의 경우 2024년 기준 수도권매립지로 21만t의 폐기물을 보낸 바 있다. 내년부터는 이를 소각 등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직매립금지 논의 시작 이후 4년 동안 단 하나의 공공 소각장도 세우지 않았다. 결국 이 폐기물량은 모두 민간 소각장 등에서 해결해야 한다. 3개 시∙도는2020년 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 시행 이후 민간 위탁량을 늘려왔는데, 이번 직매립 금지로 위탁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위탁이 비용이 높고 운영 안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소각장은 유가∙전기요금∙시설 보수비 등 비용 변동이 크고, 공공시설과 달리 가격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소각장 업계에선 “비용에서 공공소각장과 큰 차이가 없다”며 생활폐기물 처리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의 오은석 기술지원팀장은 “민간소각장 평균 처리비가 t당26만6000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지정 산업폐기물 등을 포함한 평균 처리비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라장터 입찰정보를 참고하면 2025년 10월 말 기준 수도권 각 지자체에서 발주한 생활폐기물 민간소각 위탁용역 평균 처리단가는 t당 14만5000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설명대로라면, 12만∼16만원 선에서 형성되는 공공소각장 처리비와 큰 차이가 없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마무리한 지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도 변수다. 기후부에 따르면 직매립금지를 시행해야 하는 기초지자체는 총 66곳인데 11월 기준 민간 업체를 통해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지자체는 9곳뿐이다. 나머지 57곳은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안에 준비를 마쳐야한다.
다만 이는 어렵지 않다는 게 정부 및 업계의 설명이다. 이제훈 기후부 폐자원에너지과장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민간 업체의처리 물량은 충분”하다며 “업체가 부족해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과거 응찰 사례에서도 한 지자체당 참가하는 업체가 20곳까지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 팀장 역시 “우리 입장에서는 생활 폐기물을 민간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하면 처리하겠다고 계속 설명 중이다. 입찰 공고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계약이 올라와서 유찰된 경우는 없다”며 “일부 지자체에선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입찰 공고를 안 띄우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찰 공고가 올라오면 각 사업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과정까지 거쳐 계약 체결까지 보통 한 달 이내에 끝난다”고 답했다. 지자체가 민간소각장을 사용하기로 했고 준비 중이라면 충분히 연내에 마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용과 별개로 폐기물 처리를 민간에 의존하는 것이 장기화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업체들이 있으니 주민들의 공공처리시설 수용도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후부는 이에 대해 “민간에 맡기고 공공소각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분도 있지만, 생활폐기물은 공공시스템이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며 “공공소각시설이 됐든, 전처리시설이 됐든, 재활용시설이 됐든 관련 공공시설이 많이, 빨리 확충될 수 있도록 하겠다. 행정기간을 단축하거나, 지금도 충분하지만 국고지원 등 모자란 항목이나 품목이 없는지 계속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또 “주민들의 시설 수용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소각시설의 과학적 영향을 확인하고, 분석해서 해소할 수 있는 오해는 해소하도록 적극적으로홍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