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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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고등교육 미래 위한 대선 공약은

학령인구 줄고 비대면 교육 확산
고등교육 둘러싼 환경 급격 변화
쥐꼬리 예산·통제 위주 정책 등
중요 현안 명확한 입장 밝혀야

벌써 10월 중순이 지나가며 대선의 시계는 계속 흘러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대장동 개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후보로 당선됐다. 야당은 최종 4명의 후보 가운데 이재명 지사와 대결할 한 명을 선출할 것이다. 물론 제3의 후보도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리겠지만, 한 번도 1당과 2당 이외의 후보에 대권을 주지 않은 우리 정치 역사를 고려해본다면 다음 대선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대 국민의힘 후보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본격적인 대선 구도가 짜여지지 않은 상황이라 차기 국정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 공약이 모두 제시되지는 않았다.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는 몇몇 주제, 가령 부동산·불평등 해소·세금·북한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서는 조금씩 후보별 입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인신공격과 약점잡기 위주의 선거운동이 진행되는지라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고 진검승부가 펼쳐지면 좀 더 수준 높은 토론과 비전 제시가 있기를 기대한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당시 박근혜 후보가 2012년 반값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 고등교육 정책은 대통령의 주요 관심에 포함된 적이 없다. 사실 고등교육은 교육정책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대학 입시와 등록금이라는 쉽게 해결되기 힘든 두 가지 주제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어 어떤 정책을 제시해도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계륵과 같은 영역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조금 다르다. 고등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비대면 교육의 비중이 커지면서 수도권의 명문대와 일부 거점 국립대를 제외하면 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또 한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로 대변되는 문명사적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고등교육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고등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다음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고 이를 국민 앞에서 설명할 책임이 있다.

첫째, 고등교육 예산을 이대로 좌시할 것인가. 고등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15% 수준인 12조원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4조원 정도의 국가장학금과 5000여 억원의 서울대 출연지원금을 포함하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평생교육을 포함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배정된 예산은 7조5000여 억원에 정도이다. 이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알려진 하버드대학 재단은 무려 50조원 정도의 기금으로 운영된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자원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전체 교육예산 총액을 늘리기 어려우면 결국 고등교육과 초중고 예산의 비율 조정이 과제다. 과연 새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미래를 헤쳐나갈 한국의 고등교육을 위해 예산을 증액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와 마찬가지로 초중고 교육에 집중할 것인가.

둘째, 수월성인가, 평등성인가. 학령인구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생 숫자는 날로 줄어들고 있어 상당수 대학은 폐교의 위협에 놓여있다. 물론 지역경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에 대학의 존속은 단순한 시장 원리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 번도 달라지지 않은 사회 변화는 대도시, 특히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다. 국토 균형발전이란 대의는 헌법에도 나오지만, 혁신도시 신설 등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과연 새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대학 발전에 방점을 둔 정책을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 공생을 위한 지방 대학 지원에 집중하는 정책을 운영할 것인가.

셋째, 자율인가, 통제인가. 우리나라의 대학은 1년 내내 정부와 국회가 요청하는 보고서, 사업계획서, 공문을 작성하느라 날밤을 새운다. 대학의 기본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보고서를 써야 하며, 산학협력을 하겠다는 계획서를 써야 하며, 국회의원의 요청에 시달린다. 본래 대학은 자유로운 생각과 토론에 기반한 지식공동체이다. 새로운 생각이 샘솟고, 난제에 도전할 용기를 키우기 위해 높은 수준의 자율은 필수적이지만 국가기관의 간섭과 통제 아래 신음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 대학은 등록금을 반드시 동결해야 한다. 2008년 2만4000달러 수준의 국민소득이 2020년 3만300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대학 등록금은 그대로다.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정부와 대학 관계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과연 새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대학을 정부가 통제하는 관변단체로 간주할 것인가.

필자가 의도적으로 답하기에 곤란한 질문을 던졌지만 사실 칼로 무 자르듯 답을 낼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가지 방안을 적절히 조화시키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은 안 된다. 고등교육을 진흥시키겠다는 대의에 동의하지 않을 대통령은 없다. 하지만 정책이 제대로 시행돼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정 책임자의 명확한 철학과 비전이 정책에 녹아들고 동시에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20대 대통령은 고등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사회를 위해 단호하지만 따뜻한 결단을 내려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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