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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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ROTC 복무기간 단축 서둘러야

군생활을 같이 했던 ROTC(학군단)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십수년 전 강원도 화천의 ‘이기자’ 부대에서 2년간 소대장을 했던 이들이 뭉쳤으니 대화 주제는 뻔했다. ‘군대 얘기.’ 신나게 각자의 무용담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ROTC 지원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동기의 말에 일순 침묵이 흘렀다. ROTC 장교 출신으로 자부심을 가진 선배로서 학군단이 외면받는다는 현실에 씁쓸함이 분위기를 지배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모두의 해결책은 일치했다. “복무기간 줄이면 돼.”

병사 복무기간은 육군을 기준으로 변경을 거듭해 18개월까지 줄었다. ROTC의 복무기간은 1968년 이후 53년간 28개월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방부는 해마다 급감하는 ROTC 지원율과 관련해 복무기간 단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하고 시급한 대책이다. 문제는 군 당국이 몇 년째 검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인재 잡아라’ ROTC 복무기간 단축 검토”, 기자가 국방부 출입기자 시절인 2015년에 쓴 기사 제목이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ROTC 복무기간 단축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미래 인구 급감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단축에 따른 대체인력 소요 증가, 전·후임자 교체기 지휘공백 발생, 다른 의무복무자와의 형평성 등 고려할 부분이 적잖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검토만 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 군 당국이 검토만 하고 있는 사이, 2014년 6.1대 1이던 지원율은 지난해 2.3대 1까지 내려갔다.

대한민국ROTC중앙회 박진서 회장은 “우수 초급장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가장 큰 원인은 ‘복무기간과 취업’이라는 시대적인 장벽에 있다”고 지적했다. ROTC의 매력으로 꼽히던 취업률은 이제 지원을 꺼리게 하는 요소가 됐다. 은행권에 근무하는 동기는 “학군장교에 대한 기업별 우대는 거의 사라졌다”며 “다른 취업준비생처럼 영어나 자격증 등을 준비해서 경쟁해야 하는데 긴 복무기간은 부담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책적 결단의 지연 와중에 지원율을 끌어올려 보려는 현장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학군단 관계자는 “위에서 지원율 제고 방안으로 고등학교 홍보 특강을 가라고 하더라”며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국에 받아주는 학교도 없을뿐더러,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필기나 면접 시험 당일 오지 않으면 중도 포기하지 않게 일일이 연락해서 어르고 달랜다”며 “이렇게 뽑힌들 장교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복무할 수 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행정력을 낭비하고, 애먼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군의 단면이다.

ROTC 지원율 급감이 특정 집단에 한정된 문제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임관한 전체 초급장교의 73%가 ROTC 출신이다. 창끝 전투력의 최선봉인 전방 경계의 70%는 이들이 담당한다. ROTC 자원의 부실화는 결국 군의 토대를 뒤흔들 수 있다.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제도를 개선할 때가 됐다는 방증이다.” 한 ROTC 선배가 남긴 말이다. 다수가 제안하는 24개월 복무는 군 인사법 개정 없이 국방부 차원에서 결정 가능하다. 때론 직접 이해 당사자의 선도적인 대응이 절실한 법이다. ‘검토’만 되뇌다가는 지원 미달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수년째 숱한 고민을 했을 군 당국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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