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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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잃은 마을 … “언제 아이 봤나 기억도 안 나”

소멸 위기 몰린 농촌 가보니

학교·병원 등 기반시설 태부족
의성 70대 “누가 여기서 키우나”
봉화,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
이사오는 이 없어 빈집 수두룩

“언제 얼라(아이)를 봤는지 기억도 안 납니더. 도시에서 키우지…. 여기서 말라(뭐 하려고) 키우겠니껴.”

18일 경북 의성군 사곡면 한 마을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최모(70대)씨가 점점 작아지는 마을 실상을 설명하며 내뱉은 말이다. 이 마을에선 약국에 가거나 장을 보고 은행 업무를 보는 정도의 일상도 버겁다. 모두 20~30㎞ 떨어진 읍이나 면소재지에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유일한 발이자 이동은 ‘140번 버스’로 할 수 있다. 이마저도 하루 네 대가 전부다. 인구가 줄어든 만큼 편의시설이 없어져 생활이 불편해졌다.

이 마을에서 그나마 인기척이 느껴진 곳은 마을회관이었다. 김순자(82) 할머니는 “집에 있어도 할 게 없어서 나왔다”며 웃었다. 손에는 콩나물을 담은 광주리가 들려 있었다. “멍하니 앉아있기 그래서 들고나왔다”고 했다. ‘혼자 사시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은 도시에서 일해 혼자 산 지 13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이 인구감소로 ‘소멸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해마다 인구가 줄면서 학교와 병원, 약국, 식당과 같은 기반시설도 하나둘씩 사라지는 추세다. 고령화와 출생률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봉화군 상운면 한 마을도 의성군과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마을 주민은 30명 남짓이다. 이마저도 70대 이상 노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마을 곳곳에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빈집이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다. 마을을 지키던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진 데다 살려고 이사오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마을 형태마저 무너지고 있다.

마을 이장인 김모씨는 “47살에 처음 이장을 맡아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쭉 이장을 맡고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려고 해도 맡길 만한 젊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내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마을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괜히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 거주하는 장모(81) 할머니는 “6·25전쟁 당시 피난 와서 살다가 이곳에 주저앉은 지 70년이 넘었는데, 피난민들이 판자로 집을 짓고 살 때만 해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면서 “언제부턴가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동네에 어린아이는 물론 젊은 사람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저출산 극복을 위해 팔을 걷은 지자체도 있다. 전남도는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온라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경기 가평군은 인구감소에 대응해 ’결혼 출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역 맞춤형 인구정책을 발굴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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