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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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車 몰기도 부담”… 4월 휘발유·경유 소비량 ‘뚝’

1736만배럴… 2021년 동월 대비 18%↓
유가 급등에 2022년 들어 소비 계속 감소
경유값 사상 첫 ℓ당 2000원 돌파
유류세 인하율 확대도 효과 없어
택시기사 “운행할수록 손해” 시름
25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가격 안내판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만 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신혼에 이것저것 지출할 돈이 많아 긴축재정 생활을 하는데 휘발유값이 최근 ℓ당 2000원을 넘은 탓이다. 정씨는 “1년 전만 해도 (휘발유값이) 1600원이었는데, 집 장만 등을 생각하면 휘발유값이라도 아껴야 할 판”이라고 했다.

 

4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다가오는 여름이 걱정이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넘어선 마당에 에어컨을 틀고 운행하려면 연료 소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수익 절반이 기름값으로 나가는데 전기차는 신청해도 안 나오지, 움직일수록 손해라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 모두 ℓ당 2000원 돌파가 임박했다. 기름값이 유종에 관계없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휘발유·경유 합계 소비량은 1736만배럴로 지난 3월보다 6%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던 지난해 4월(2125만배럴)과 비교하면 18% 이상 급감한 것이다.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지난 1월 2200만배럴, 2월 1850만배럴, 3월 1842만배럴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감소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국제적 고유가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로 글로벌 원유 공급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자 지난 3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나들었다.

특히 국내 경유 가격은 최근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은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ℓ당 2000원선을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2093원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기준 가격은 2002원이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경유 가격 오름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류값 부담이 큰 택시, 화물차 업계의 고충이 크다. 경유 등 유류값 부담으로 업계 종사자들이 차를 타지 않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휘발유·경유 재고가 쌓여 정유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 재고는 667만배럴로 202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유 재고는 1210만3000배럴로 6개월 만에 1000만배럴대를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유가가 오르면 마진이 오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런 흐름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이 기름을 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에너지 체계가 단기간에 바뀌긴 어렵지만 고유가로 인한 수요 위축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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