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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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탄력운영 생산성 제고… 연공서열 임금체계도 철폐

주52시간 근무제 개편 본격착수
“그동안 현장의 다양한 수요 대응 못해”
연장근로 1주 12시간 → 4주 48시간으로
주52시간제 우회로 뚫어 기업 숨통 틔워
임금체계 개편, 임금·생산성 괴리 해소

주요 개혁과제 사회적 합의부터 추진
추 부총리 “마지막 기회” 규제혁신 역설
법개정 사안 산적… 국회통과 쉽지 않아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기반으로 한 근로시간제 개편에 본격 착수한 것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가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등 급변하는 노동환경에서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 철폐 역시 임금과 생산성 간 괴리를 해소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장 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개편 등 주요 개혁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뿌리내린다는 계획이지만,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도 산적해 있어 ‘여소야대’ 정국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세종정부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노동시장의 핵심 요소이자 국민 대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해묵은 숙제이자 현재진행형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히 줄였지만, 기본적인 제도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직된 주52시간제의 폐해를 꼬집으며 새 정부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의 연장 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개편은 기업별·업종별 경영 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을 보장해 생산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월 단위로 연장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하면, 종전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 주당 업무량에 따라 첫째 주에는 9시간, 둘째 주에는 20시간 등의 방식으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확대 추진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특히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3개월 인정하고 있는데, 산업 현장에서는 연구개발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제도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경직된 주52시간 근무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새 정부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세종=뉴스1

정부는 지난해 4월 주52시간제의 보완책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를 보완했으나 절차와 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주52시간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 사항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선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장관은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어나가자는 데 대해서는 여야 간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여야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를 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경기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22 광명시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위해 참여 업체 채용 부스 앞에 줄을 서고 있다.
광명=남제현 선임기자

정부는 ‘철밥통’으로 불렸던 호봉제가 지배하던 임금체계 개편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은 55.5%, 1000인 이상의 경우 70.3%로 연공성이 컸다. 근속 1년 미만과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국내 사정과 비슷하게 연공성이 높은 일본(2.27배)과 비교해도 크다.

지난달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연공성 임금체계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업에 여전히 부담을 지우는 요소인데, 이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지만 현재 저성장 시대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 진단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사회를 맞아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20.5%로 불과 3년 뒤 우리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용부는 이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한 컨설팅 사업도 전방위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개혁 과제와 관련된 전문가로 구성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내달 중 운영해 오는 10월까지 실태조사,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입법 과제와 정책 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노동 분야를 포함한 경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이 규제혁신을 성공시킬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국민 안전·건강 등을 제외한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정부 주도 회의체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성과 지향적 협의체로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세종=안병수 기자, 이강진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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