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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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초선들 50여명 긴급 모임… '조국 사태·靑 인사' 맹비판

“재보선 참패 책임있는 사람들
당 대표 나오면 내년 대선 필패”
강성 친문들과 충돌 비화 조짐

野 초선들도 “영남당 극복” 회견
세대 교체·당권 도전 가능성 시사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밝힌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개혁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민생에 소홀했다.”, “청와대에 더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좀처럼 들어볼 수 없었던 센 발언들이 초선 의원들한테서 쏟아져 나왔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집권 여당 초선 의원들이 9일 “우리도 당을 개혁할 임무가 있다”며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내에서 금기시됐던 청와대 인사권과 ‘조국 사태’ 관련한 언급도 서슴지 않고 내놓았다.

 

민주당 초선 의원 5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긴급간담회에서 당내 ‘친문(친문재인계)’ 기득권 해체와 지도부 쇄신 등을 요구했다. 모임을 주도한 고영인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고 새롭게 해나가야 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와 정부가 더 큰 책임이 있겠지만, 우리도 반성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선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원내대표 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 나온다고 한다. 그럼 대선에서 무조건 진다”,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소리를 했다” 등 격렬한 의견이 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4.7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당내 2030세대인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재보선) 후보를 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사태)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도 없었다”고 자성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부터 이어진 검찰개혁 과정에 대해서도 “수많은 국민이 분열돼 검찰개혁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게 아닌가 뒤돌아본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국민들께 피로를 느끼게 했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 오판했다”고 짚었다.

 

그간 민주당 초선들은 지도부가 당·정·청 원팀 기조를 강조하면서 정국 현안에 대한 이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를 받자 입단속은 더욱 심해졌다. 박 전 시장 사태와 부동산정책 문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이어 보선 참패까지 직면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친문 ‘586(50대·80년대학번·60년대생)세대’가 기득권인 당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초선들이 모처럼 목소리를 내고 나섰지만 이들의 주장이 강성 친문 의원들과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지키기’에 앞장섰던 김용민 의원은 이날 “검찰개혁 때문에 졌다는 건 완전히 틀린 이야기다. 선거 국면에서 검찰개혁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당의 기존 개혁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종민 전 최고위원도 전날 “불공정한 언론 보도가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언론탓’을 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등 2030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재보선에 승리한 국민의힘에서도 쇄신론이 나오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여야 초선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 42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며 새롭게 당을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특정지역은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한 영남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청년층의 언급은 세대교체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초선들이 당권 도전에 직접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퇴임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했던 당 개혁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극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라디오에서 “(초선들이 언급한) ‘영남정당의 한계’가 뭔지 모르겠다”며 “호남이라든지 우리 당세가 약한 지역을 영남지역처럼 보강하는 정당이 되자,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이 되자, 이런 뜻으로 이해하겠다”고 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