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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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호황'인데…물가 쇼크 앞둔 한국 [뉴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안팎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현재 1450.8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환율이 1450원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데, 이는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강달러를 보이던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도 금리 인하와 관련해 속도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장기화 되는 모양새다. 

 

사진 연합뉴스

 

◆ 소비가 이끈 美 경제…두 분기 연속 3%대 성장

 

미국은 예상보다 좋은 경기 지표를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에 선뜻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실제 밤사이 발표된 주요 미국 경제지표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의 GDP 증가율 확정치가 3.1%로 집계됐다고 밝혀,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보다 0.3%포인트가 상향 조정됐다. 

 

◆ "장보기 겁나요" 환율 급등에 물가 상승 압박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에 강달러가 유지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수입품을 포함하는 국내 공급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상승해 향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10월(123.47) 보다 0.6% 오른 124.15(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지난 4윌(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02(2020=100)로 전월대비 0.1%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전환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으로 품목마다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사진 연합뉴스

 

◆ 강달러 장기화 가능성에...비상 걸린 산업계

 

원화 가치 하락에 우리 기업들도 위기다. 

 

본래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은 유리하지만, 수입 업체는 불리하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은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기 대여비와 유류비를 달러로 지출하는 항공업계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철강업·석유화학업계,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도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하다. 

 

◆ 저성장 덮친 고환율…한은 '금리 딜레마'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저성장 우려가 커진 데다, 계엄 사태 이후 되살아나던 소비 심리도 위축된 상태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금리 인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환율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원화 약세를 부추겨 원달러 환율이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 연합뉴스

 

◆ 금융당국, 외환유입 관련 규제 완화 방안 발표

 

정부는 일단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확대하고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내놨다. 

 

먼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150억달러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스와프 계약의 만기도 내년 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외환 스와프란 외환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국민연금에 제공하고, 국민연금이 이에 상응하는 원화를 외환당국에 맡긴 뒤, 만기 시점에 계약 당시 환율에 따라 다시 교환하는 방식이다.

 

또, 기업의 외화 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설자금 용도의 외화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이를 통해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업의 투자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