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의 유력 유망구조로 꼽힌 '대왕고래' 해역 1차 시추 결과가 '경제성이 낮다'는 잠정 결론이 나오면서, 막대한 재정난 속에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한국석유공사의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대왕고래 개발사업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1차 시추 총사업비 1000여억 원을 자체 조달했다. 2020년 이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석유공사의 지난해 기준 이자 부담 부채만도 15조4197억 원이다.
여기에 1차 시추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사는 애초 계획 대비 500억 원의 예산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평균 4~5%대인 차입금리를 고려하면 이자로만 연간 20억 원 이상의 부담을 더 떠안은 셈이다.
향후 네 차례 더 시추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유치' 없이는 사업 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올해 회사채 발행을 통해 4억 800만 달러(한화 약 5900억 원)를 신규 조달한다. 해외 유전개발과 석유 비축 등 자금 소요가 많은 상황에 지난해 국회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관련 예산 497억 원을 전액 삭감, 1차 시추 사업비 1000억 원을 떠안으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포항 영일만 앞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전 개발 탐사를 위해 정부는 첫 시추 사업비는 석유공사와 절반씩 나눠 부담하고, 향후 2차 시추부터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말 497억 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모든 부담은 석유공사에 돌아갔다.
정부 예산 삭감으로 석유공사는 애초 계획한 1차 시추 자체 사업예산에서 500억 원의 부채를 추가로 떠안게 됐다. 평균 4~5%대인 차입금리를 고려하면 이자로만 연간 2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된 셈이다.
이미 2020년 이후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이자 부담 부채만도 15조 원을 넘어섰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이자 부담 부채는 15조4197억 원, 총자산은 18조2295억 원이었다. 차입금 의존도는 84.95%에 달한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회사채 발행'이라는 고육지책까지 꺼내든 석유공사로서는 이번 대왕고래 구조 1차 시추 결과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시추 작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면, 당장 추가 시추 작업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탄력이 붙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왕고래 구조에서의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이 나온 상황에도 남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시추작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애초 계획한 5차례 시추 작업은 차질 없이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개의 시추공 작업에 약 10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네 차례 시추를 위해선 최소 400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차 시추 때와 같이 석유공사 자체 재원만으로 감당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1차 시추에서 석유 존재를 가늠할 수 있는 양호한 '석유시스템'을 확인했다는 점은 투자 유치에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라 평가했다.
지난 6일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 등으로 구성되는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 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성과도 강조했다.
또 해외 투자유치 건과 관련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시추 관련 투자 유치를 추진해 3월쯤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 입찰을 받는 데 입찰을 하고 싶으니 관련 자료를 보여달라는 의향서를 보낸 (자원 개발·탐사 분야) 메이저 기업이 몇 곳 있었다. 회사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해외 투자유치 가능성을 조심스레 낙관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의 성패도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도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업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문에서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따른 조기 대선 시나리오도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 속 정치 지형변화에 따른 프로젝트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정무적 개입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부 요인으로 프로젝트가 멈춰 설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회사채까지 발행한 석유공사의 재정 건전성도 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공사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중단할 수 있는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 공사 자체적으로 단기적인 재정 절감을 위해 아니면 다른 외부적 요인으로 사업이 중단된다면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될 것"이라면서 "그런 이유로 자원탐사개발 분야에서 세계 각국은 재원 부담을 줄이거나, 실패 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해외 투자유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해서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나라에 그만한 유망구조가 있다고 한다면 발견할 때까지 꾸준히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1>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