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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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동 수입원유 99% 호르무즈 통과… 공급망 직격탄

입력 : 2025-06-23 18:21:16
수정 : 2025-06-23 22: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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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위기 한국경제 파장

세계석유 해상운송 4분의1 거쳐
봉쇄 현실화땐 3차 오일 쇼크 우려
국내 비축유 207일분 남아있어
정부 관계기관 회의… 대응책 논의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예고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내수 부진, 미국의 관세 폭탄에 중동발 ‘오일 쇼크’까지 더해지면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불안한 기름값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대표적인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정유 4사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발표된 전날부터 국제 정세 파악에 주력하며 유가 상승 가능성과 원유 수급 불안정성을 분석 중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모인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해로다. 이곳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은 하루 2100만배럴로 글로벌 수요의 2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 기준으로는 전체의 약 4분의 1이,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고 있어 봉쇄의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총 10억1000만배럴 중 중동산 비중이 72%인데, 이 중 99%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수입되고 있다. 미국산 원유 비중은 20% 수준에 그친다. 현재 정부와 기업의 원유 비축분을 합치면 약 207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저장돼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하면 심각한 공급망 타격이 예상된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도 불가피하다. 이날 국제유가는 지난 1월15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이란이 2011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했을 당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른 바 있어, 일각에선 원유 가격이 130달러 안팎까지 오르는 ‘3차 오일 쇼크’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 비용 증가도 또 다른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매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만큼 당장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타격이 없다는 분위기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상운임 비용이 증가하고 수요 둔화로 이어져 실적 감소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긴장 중이다. 해협 봉쇄로 인한 중동 사태 악화로 브랜드 영향력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중동 시장 자체가 축소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와 기아에게 중동 시장 판매량은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올해 1∼5월 각각 3만6634대, 4만7516대를 판매하며 비중을 넓히고 있어 주요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날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국내외 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행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제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국제에너지 가격 및 수급 상황을 밀착 점검·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행은 “범정부 석유시장 점검단을 중심으로 유가 상승에 편승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점검하는 등 국내 석유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유상대 한은 부총재 주재로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향후 이란의 대응 수위 등에 따라 위험 회피 심리가 한층 강화될 수 있으며, 국제 유가 불안 등으로 경기·물가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