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여름 휴가를 마치고 국정에 복귀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중대한 외교 현안들과 정치·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광복절 특별 사면 명단을 의결할 예정이고, 취임 후 처음 국빈 방한하는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14일에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 및 주요 국정과제 확정을 위한 보고서를 이 대통령에게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15일에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 메시지를 내는 한편 국민임명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도 준비해야 한다. 또 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금융감독원장 등 남은 내각 인선 발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경남 거제 저도 청해대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관저로 복귀했다. 복귀 후 이 대통령은 이날까지 별다른 공개 일정 없이 참모진의 밀린 보고를 받고 휴가 기간 마련한 ‘저도 구상’을 국정 운영에 반영할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정상 외교… 한·미 회담 만전
휴가에서 복귀한 이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잇단 정상 외교 일정 준비다. 대통령실은 특히 오는 25일 개최가 유력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사항을 구체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의제들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국방비 증액이나 주한미군 규모 감축 등 미국 측이 주장하는 ‘동맹 현대화’에 해당하는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도 관련 논의가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상견례 성격도 띠는 만큼 구체적인 안보 관련 협의안을 도출하기보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 정도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데다 미국발 관세 전쟁의 여파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생기는 등 한·일 관계도 중대한 과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준비에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휴가 복귀 후 첫 메시지는 ‘산업 안전’
이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한 후 첫 메시지로 ‘산업 안전’을 택했다. 휴가 기간 중에도 인명사고가 재발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냈던 이 대통령은 휴가 후 첫 메시지로도 산업 안전을 택하며 산재 근절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경기 의정부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휴가에서 복귀한 이 대통령이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국정상황실을 통해 공유·전파하는 현 체계는 유지하되 대통령에게 좀 더 빠르게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이 대통령이) 노동부에는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 사후 조치 내용과 현재까지 조치한 내용을 화요일 국무회의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며 “위 두 가지 조치는 산재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일하러 나간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더는 없도록 세계 10위 경제 강국의 위상을 노동자의 안전으로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 6일 인명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함께 건설면허취소·공공입찰금지 등 제재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징벌적 배상제’ 등 추가 제재 방안도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산업재해 근절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