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각각 100% 추가 관세 부과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강경 대치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중국과 관련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10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해 양국 간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된 지 이틀 만에 중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며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나는 우리가 중국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시 주석)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고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 여전하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답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들에겐 임박한 시점 같겠지만, 11월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고도 말했다.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기 전까지 물밑접촉을 통해 협상의 물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상호 관세 인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 등을 조건으로 무역 합의를 타결한 뒤 ‘휴전상태’에서 4차례의 실무 간 만남을 통해 후속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며 강경 대응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에이펙 회의에서 예정된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까지 얘기했지만 곧이어 “(시 주석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태도를 누그러뜨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고율 관세 예고가 시 주석과의 2기 행정부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 제압’,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한 입장을 내놓았다가 상대방 반응을 봐가며 수위를 조절하거나 물러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말하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의 반복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좀 더 직접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불황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 4월 미·중이 서로에게 100%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대치할 당시 시장이 요동치고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 바 있기 때문에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100% 추가 대중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을 당시 미국 증시는 미·중이 강경 대치하던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취소 여부에 대해 “(상대가)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늘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우리는 이미 중국과 실무급에서 접촉했으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에 압박이 되는 직접적인 조치다. 미국지질조사국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희토류 화합물 및 금속 수입량의 70%가 중국에서 왔다.
중국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줄어들면서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중국의 9월 수출액(달러 기준)은 3285억7000만달러(약 468조4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6.0%)와 8월 수출 증가율(4.4%)을 모두 상회하는 것이다. 9월 무역흑자는 904억5000만달러(129조원)로 집계됐다.
미국과의 교역 비중은 10% 미만으로 줄어든 가운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인도 등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미·중 무역 합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바깥에서 구매자를 찾은 덕분”이라고 짚었다.
향후 미·중이 고조된 갈등 속에서도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의 향방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간 4차례의 실무협상에서 반도체, 방위산업 등 미국의 핵심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문제를 특히 중점적으로 다뤄온 바 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전날 중국 상무부가 미국 정부에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사전 통보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는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으며 공개 자료를 통해 파악하자마자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신속하게 중국에 연락했으나 중국이 (통화를) 미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전 세계의 기술 수출에 통제력을 행사하겠다는 이 새 프로그램(수출 통제)을 용인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