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반도체 경기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 1.6%에서 1.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은 줄어든 한편 환율 및 물가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1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지난 8월 전망치에서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1.0%로, 내년 전망치는 0.2%포인트 높여 잡은 1.8%로 제시했다. 이날 처음 제시된 2027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약 1.8%) 수준인 1.9%로 예측했다.
한은은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 우려에도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우리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반도체 경기가 0.05%포인트, 방한 관광객 증가 및 2분기 잠정치 상향 영향이 0.05%포인트 반영되며 전망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성장률은 더딘 건설경기 회복이 0.15%포인트 전망치를 끌어내렸지만, 견조한 반도체 경기(+0.1%포인트)가 이를 거의 상쇄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이후 불확실성 완화, 반도체 관세 부과 시점이 2026년 3분기로 이연된 영향 등이 0.1%포인트 내외로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정부 확장재정(+0.1%포인트), 미·중 무역갈등 완화(+0.05%포인트) 등도 상향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향후 우리 경제 최대 변수로 반도체 경기를 꼽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1.8%)는 내년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7%대 중반으로 둔화한다는 전제하에 산출된 것이다.
하지만 AI 확산으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며 반도체 수출이 올해(10% 중반)와 비슷한 고성장을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2.0%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7년 성장률 역시 2.2%까지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반대로 ‘AI 버블론’ 등이 힘을 얻으며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내년 둔화, 내후년 정체(0%)하는 상황이 오면 내년 성장률은 1.7%, 2027년은 1.6%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유지했다. 지난 5월 금리를 낮춘 후 4회 연속 동결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며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이 줄었고, 여전히 1460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고환율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때문에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리인하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직전 통방과 비교하면 ‘인하 기조’가 ‘가능성’으로 다소 약화됐다.
금통위 내 의견도 팽팽하게 갈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3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