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음 달 초로 전망되는 추 의원의 구속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에 큰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의원총회 장소를 수차례 바꾸며 혼선을 유발하고 자당 소속 의원들이 계엄해제 표결에 참석하는 데 방해했다는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범여권이 주도한 추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놓고 야당 국민의힘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란죄와 관련된 현직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2013년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이후 12년 만이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해산 결정을 내렸다.
◆與 ‘사필귀정’, 野 ‘야당탄압’ 대치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대야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후부터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추 의원 구속영장 발부 시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위헌정당 해산 주장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상대로 “만약 추 의원이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의 지시 혹은 요청을 받아 의도적으로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추 의원은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내란 공범이고, 그런 지시에 따른 국민의힘 의원도 모두 내란 공범”이라며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으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 후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회가 내린 당연한 결단이자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추 의원 구속영장 발부가 무산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선 잇따른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 1심 판결에서 자당 의원들이 의원직 상실이 아닌 벌금형을 받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으로선 대여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추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에서 “저는 계엄 당일 우리 당 국회의원 그 누구에게도 계엄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며 “특검이 청구한 영장 내용을 보면, 제가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아무런 근거 없는 악의적인 정치 공작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이 연설을 마치자마자 본회의장을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정치보복 불법수사 특검규탄’, ‘야당탄압 불법특검’ 등의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秋 영장심사 이후 일정은?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법무부는 국회로부터 체포 동의 통지 공문(체포 동의 의결서)을 접수하고 이를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에 보냈다. 특검팀은 곧바로 체포 동의 통지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법원은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지정한다. 앞서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의 심문 기일이 체포동의안 가결일로부터 5일 만에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 의원의 심문 기일도 다음 주 초 열릴 가능성이 크다.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특검은 국회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방해 의혹 규명에 막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당일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국민의힘 지도부 소속 의원들까지 무더기 기소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은 이를 계기로 ‘위헌 정당’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된다면 특검은 ‘정치 보복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사기간 종료까지 2주도 남지 않은 만큼 추 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표결 방해 의혹에 연루된 다른 야당 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영장이 잇달아 기각된 만큼, 특검이 법리 검토보다 이들의 신병 확보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