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로또가 낳은 비극'… 동생 살해한 로또1등 당첨자 징역 15년

로또 1등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 뒤 채무 해결을 요구한 동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형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는 25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58)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10년 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쯤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동생(50)의 점포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생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고 형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우애 좋기로 소문난 형제 사이에서 발생한 잔혹한 사건은 ‘로또’가 비극의 씨앗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우연히 전주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돼 12억원을 수령했다. 뜻밖의 횡재에 거액을 손에 쥔 그는 평소 아끼던 동생에게 집을 사주는가 하면 누이와 동생 등에 1억5000만원씩 나눠줬다. 또 생활이 어려운 작은아버지에게 수천만원을 건넸고, 돈 때문에 쩔쩔매는 지인의 차용 요구를 들어주기도 했다.

 

그는 나머지 수령금으로 한우가 유명한 정읍에 쾌 큰 정육식당을 열고 제2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 잘 되던 장사가 몇 년 지나지 않아 영업난에 봉착했다. 로또 1등 당첨 소문을 듣고 수시로 찾아온 지인들을 외면할 수 없어 한두 푼 빌려준 돈도 제때 받지 못했다.

 

그는 고민 끝에 동생에게 부탁해 과거 자신이 사준 집을 담보로 은행 빚 4700만원을 대신 빌려 운영자금으로 썼다. 매달 이자 25만원은 자신이 갚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식당 영업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동생과 약속한 은행 대출 이자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몇 달간 밀렸다.

 

동생은 그동안 열심히 생활하면서 형제를 살뜰히 챙겨왔고, 뜻밖의 행운까지 나누는 형이었기에 이런 사정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나, 은행의 계속된 채무 상환 독촉에 시달리자 형제의 다툼이 잦아졌고 돈독하던 우애에도 금이 갔다. 사건 당일에도 형제는 밀린 이자 100여만원을 놓고 전화로 말다툼을 했다. 화를 참지 못한 형은 만취한 상태로 동생을 찾아가 다시 충돌한 뒤 끝내 참극을 벌이고 말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미리 흉기를 준비해 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참혹한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며 “또 과거 동생에게 한 금전적 지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주장하지만, 이를 조건으로 담보 대출을 받게 하고 이자조차 납부하지 않아 힘들게 한 사정 등에 비춰보면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죄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고 범행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동생의 가족이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따라서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한 결과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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