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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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판사 하나회’ 오명 부끄럽지 않나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대법원장·헌재소장 등 요직 차지
편향 판결로 사법부 공정성 훼손
모임 키운 김 대법원장이 정리해야

사법부는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 인권 침해를 막는 최후의 보루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의 책무가 사법부에 있다. 그래서 사법부만은 사회적 갈등을 판사의 이념이나 외부 세력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다루는 최종적 해결처가 돼야 한다. 헌법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된 연유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코드 인사와 편향 판결로 신뢰 위기를 맞았다. ‘코드 사법부’, ‘정권 호위부’ 지적까지 제기되는 판국이다.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사법부의 존재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된다. ‘사법부의 정치화’ 논란의 중심에 진보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있다.

김환기 논설위원

1989년 창립된 우리법연구회는 문재인정부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중 3인을 배출해 사법부의 성골임을 입증했다. 현 정부 들어 바뀐 대법관 8명 중 3명도 이 모임 출신이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2005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 젊은 판사는 모르겠지만 부장판사 등 연장자들은 탈퇴하는 게 좋겠다”고 한 말이 무색해진다.

2011년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주도해 만든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또 어떤가. 김상환 대법관, 김기영·이미선 헌재 재판관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물론이고 판사들에게 재판을 배정하는 핵심 보직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인사들이 꿰찼다. 한국 사법부 역사에 이렇게 불균등한 인사 사례가 또 있었을까.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하나회가 군 요직을 차지한 것보다 더한 편중인사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결과다. 사법부 진보화를 위해 무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데 이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1·2대 회장을 지낼 만큼 진보 성향이 강하다. 그의 최대 과오는 사법부에 정치성을 입힌 것이다. ‘사법 농단을 단죄해야 한다’는 말을 한 윤종섭 판사에게 해당 재판을 맡긴 것부터가 그렇다. 확고한 유죄 심증을 표명한 판사를 담당 재판부에 배치한 것은 사법 농단이 아닐 수 없다. 윤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에서 첫 유죄 판결을 내렸으니 김 대법원장은 인사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을지 모르겠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은 김미리 판사도 4년째 붙박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인 그는 기소된 지 1년이 넘도록 공판 한 번 열지 않았다.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조국 일가 비리 사건도 김 판사 담당이다. 편파 재판으로 지탄받는 판사를 ‘한 법원 3년 근무’ 인사 원칙을 깨면서까지 유임시킨 이유가 뭔가. 정권이 불편해하는 재판의 진행을 늦추고 원하는 판결을 얻기 위해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압권은 김 대법원장 본인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다 들통난 것이다. 도덕성 문제를 넘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다. 이런데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장악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침묵한다.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 의견을 내 김 대법원장의 징계 방침에 힘을 실어준 것과 대비된다. 이들의 선택적 분노는 정파성으로 오염된 사법부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러니 김 대법원장이 보스이고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행동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닌가.

공부 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사법부의 권력기구로 변질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해체돼야 마땅하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이 학술 연구 등을 목적으로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며 “사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감싸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사법부의 권위는 공정한 판결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냉소 대상으로 전락한 모임이라면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키운 김 대법원장이 자진해서 해체를 지시하는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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