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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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노한 민심이 무능·오만·위선 정권 매섭게 심판했다

민주,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
정책역량·도덕성 낙제점 받아
선관위 편파 논란 뿌리 뽑아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민심의 분노는 무서웠다.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인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고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각각 큰 표 차이로 따돌렸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잠정투표율은 각각 58.2%, 52.7%에 달했다. 역대 광역단체장·국회의원을 뽑는 재보궐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사전투표율도 역대 재보선 사상 최고치인 20.54%를 기록했다. 그만큼 무능·오만·위선 정권에 대한 심판론 바람이 거셌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15 총선 때 민주당에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줬던 민심은 불과 1년 만에 매서운 회초리를 꺼내들었다. 부동산정책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에 이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임대료 인상 논란 등은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다. 민주당은 선거가 불리해지자 월등한 조직력으로 맞서면서 막판 읍소작전을 폈다. 그러나 선거에서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던 ‘샤이 진보’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참패로 레임덕이 불가피해졌다. 강경일변도의 국정 기조를 이끌어 온 친문 주류에 대한 책임론도 들끓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엄중한 중간평가로 받아들이고 전면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1 야당의 위상을 회복하면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국민의당을 비롯한 제3지대를 흡수통합해 야권 분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야권의 승리는 반사 이익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얼마나 체질개선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후보 단일화 외엔 이렇다 할 선거전략도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조차 유세 과정에서 “내가 잘 나서, 국민의힘이 달라져서 지지하는 게 아닌 줄 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유권자의 정권 심판 열기는 뜨거웠지만, 선거전은 실망스러웠다. 여야는 정책경쟁을 외면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만 몰두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오죽하면 후보들은 보이지 않고 ‘생태탕’ ‘페라가모’ ‘엘시티’만 보인다고 했겠는가. 사상 최악의 혼탁선거 양상은 마지막 TV토론에서 민주당·국민의힘 후보 간 ‘거짓말’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파 낭비’라는 말까지 나온다. 네거티브를 주도한 세력이 입만 열면 ‘집권당의 책임’을 강조하던 민주당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개탄스럽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강행 등 관권선거 논란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이번 선거 과정을 지켜본 많은 유권자들은 중앙선관위가 과연 선거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기구인지 묻는다. 선관위는 ‘보궐선거는 왜 하죠?’ ‘투표가 위선·무능·내로남불을 이긴다’ 등의 표현을 금지해 공정성 시비를 초래했다. 어제는 오 후보가 신고한 배우자 납세액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서울의 모든 투표소에 게시해 논란을 불렀다. 선관위는 이제라도 그간의 행태에 대해 자성하고 내년 대선에선 편파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