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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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경제회복, ‘델타 변이’ 확산이 발목 잡아”

WSJ “아시아, 글로벌 경제 회복에 ‘약한 고리’로 작용” 진단
“더딘 백신 접종, ‘글로벌 생산기지’로써의 이점 잃게 만들어”
동남아, 사회적 거리두기·봉쇄조치 도입에 제조업 타격 ‘극심’
한국·중국 등 주요국가, ‘수출 엔진’ 느려지는 조짐 보이는 중
“아시아의 봉쇄조치에 차질 빚는 ‘국제 공급망 문제’ 더 악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텅텅 비다시피 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도심. EPA=연합뉴스]

 

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제회복이 느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백신 접종이 더딘 상황에서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의 유행이 ‘글로벌 생산 기지’로써의 강점을 잃게 만드는 등 아시아의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아시아 국가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에서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서구 선진국들이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로 인해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의 재확산에도 경제상황이 작년보다 타격을 덜 받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시아 각국은 백신 접종이 부진하면서 글로벌 생산 기지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WSJ는 아시아 지역 중 특히 동남아시아의 타격이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의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조치 도입’ 때문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초 비필수 업종의 공장 문을 닫으라고 명령하면서 의류업을 비롯한 비필수 업종 회사들에 비상이 걸렸고, 인도네시아는 의류 공장이 계속 가동 중이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의 봉쇄 조치 탓에 원재료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WSJ는 국외 소비자 수요의 반등으로 혜택을 보던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의 수출국들도 “수출 엔진이 느려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민간과 정부에서 각각 발표하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각각 모두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7월 PMI의 하위 지수인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50을 밑돌면 주문이 감소했다고 보고한 수출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도 지난 6월 39.8%, 7월 29.6% 각각 수출이 증가했지만, 향후 몇 달간 공급망 불확실성을 포함해 비슷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WSJ의 예상이다.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프레더릭 노이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짧은 여러 달 사이에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아시아의 봉쇄 조치는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국제 공급망 문제를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HS마킷의 판징이 경제부소장은 아시아발 공급 문제 악화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나쁜 징조”라고 말했다.

 

WSJ는 신규 확진자 증가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을 꼬이게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국가는 좀 더 오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계획을 고려할 때 해당 국가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