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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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말고 오피스텔 살아라'…비아파트 공급대책 실효성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집 마련 어려운 서민·젊은층
본래 용도 맞지 않는 주거 강요
전문가 “임시방편 역할 그칠 것”
주택도시기금 융자도 한시 완화
난개발·탈세 악용 우려 목소리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활동가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장기전세주택 자산을 시세대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공공주택을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멈출 줄 모르는 집값·전셋값 동반 상승세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량 폭탄’ 수준의 공급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과 젊은층을 본래 용도에 맞지 않는 오피스텔에 살게 하는 식으로 아파트값을 안정시키려는 계획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아파트 공급속도 제고방안’에는 오피스텔에 바닥난방을 허용하는 전용면적 상한을 85㎡에서 120㎡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4인 이상 가구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30평대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이 나올 수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건축 기준도 완화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크기에 따라 원룸형과 단지형 다세대, 단지형 연립으로 나뉘는데 원룸형을 아예 소형으로 개편하고 허용면적을 50㎡에서 60㎡로 넓혀주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들 비아파트의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주택도시기금 융자 한도를 높이고 금리도 인하한다. 민간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매입약정을 맺고 오피스텔 등을 공급할 때는 과밀억제권역에 적용되는 취득세 중과를 배제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파트 공급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택건설 과정의 지자체 통합심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인허가 기간이 평균 9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관리제도도 개선한다. 인근 지역의 모든 사업장의 평균 시세를 반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규모나 브랜드 등을 감안한 유사 사업장을 선별 적용하고, 선정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분양가 심사 가이드라인만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심사 세부기준도 공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책방향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주거환경 악화와 난개발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급을 다변화하고, 공급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맞지만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보다는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젊은층이 빌라보다 선호한다는 측면은 있다”면서도 “주차장이나 실제 주거면적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관리비는 더 많이 들어서 서민·중산층 가구가 살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서민의 평균적인 주거여건이 악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임시방편 역할에 그칠 뿐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집값 안정에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도심 내 자투리땅을 활용해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건물 간 거리가 짧아져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갖추지 못한 주택이 늘어나는 등 난개발 우려도 나온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용으로 쓰면서 업무용으로 신고해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회피하는 등 탈세에 악용될 수 소지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 등이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규제가 없어 분양시장의 투기적 가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며 “다주택자의 진입 문턱이 높은 대출, 세제, 청약 등 아파트 규제 회피 목적의 풍선효과 부작용에 대해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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