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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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삶과철학] 통계적 차별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 문제된 지 오래이다. 여성 혐오, 노인 혐오, 장애인 혐오, ….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혐오도 오래되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 혐오하는 것도 아니다. 주로 이주노동자로 오는 국가들에 한정되어 있고, 특히 우리와 외모가 비슷한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는 더 심하다. 최근에는 난민까지 그 혐오의 대상에 포함된다.

우리보다 못사는 사람이니까 그냥 혐오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도 많다. 외국인은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든가 범죄자가 많다든가 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주노동자는 대체로 우리 국민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는 근거는 옳지 않다. 범죄자가 많다는 근거는 어떤가? 정부의 범죄 통계는 내외국인을 구분하여 확인할 수 있는데,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범죄자가 많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이 범죄자가 많다고 가정해 보자.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그렇다면 모르는 외국인을 처음 보았을 때 범죄인으로 의심하고 조심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 아닐까? 이런 것을 ‘통계적 차별’이라고 부른다. 차별적 대우를 하기는 하지만 통계에 근거한 것이므로 허용 가능한 합리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으니까 올해도 비가 오리라는 예측을 논리학에서 귀납적 추론이라고 하는데, 외국인은 범죄자가 많으니까 이 외국인도 범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통계적 차별도 귀납적 추론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통계적 차별은 사물에 대한 귀납적 추론과 다르다. 사물은 그 예측이 틀리더라도 사물에는 피해를 안 주지만, 자존감을 느끼는 인간은 그런 오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범죄자가 아닌데 범죄자로 오해받았을 때 느낄 모욕을 생각해 보라. 아무리 통계에 기댄다고 해도 차별은 허용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인간은 사물처럼 대상화될 수 없는 존재이다.


최훈 강원대 교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