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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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에 핵포기 기회 줘야” vs “종전선언, 파국 가능성 커”

한·미, 워싱턴 포럼서 충돌

韓 차관급 국책연구기관장들
“北 입장선 美 못 믿어” 역설에
“누가 테러했고 결의 어겼나”
美 안보 전문가들 반박 설전

홍현익 “北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삼지 않는게 도움될 것”
특파원 간담회서 발언 논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차관급 국책 연구기관장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미관계 포럼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설전이 오갔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포럼 마무리 발언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큰 희망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미 조야의 반응은 싸늘했다. 홍 원장이 포럼 등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대목은 논란을 빚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윌라드 호텔에서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 주최로 열린 ‘북·미관계 전망’ 특별 포럼에 홍 원장과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원장이 참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문가 40여명도 참여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홍 원장은 “(2018년)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북한은 여러 가지 성의를 보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입장에선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북·미관계 교착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이어 “미국이 이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진정한 기회를 줘야 하고, 북한이 미국을 믿을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로 종전선언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북한 제재는 북한에 벌을 주는 것뿐이지 올바른 기능을 상실했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이라든가 주한미군 주둔, 유엔군사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평화협정을 이야기할 때 거론돼야지 종전선언과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미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종전선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동기부여가 돼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하는데 종전선언이 마법과 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종전선언이 걱정되는 것은 한반도 문제가 미국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한국과 미국의 국익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왼쪽부터),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은 나쁘고, 북한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냐“며 “누가 테러를 했고, 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느냐. 모두 북한이고, 북한의 적대적 정책이 (교착) 현상의 원인“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홍 원장 주장에 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안 했다고 칭찬해주는 것은 ‘오늘 살인 안 했으니 잘했고, 강도질한 것은 괜찮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문재인정부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어떤 추진력을 제공할 것인지 등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대표 역시 “종전선언 개념이 어려운 것이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해 주한미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면 북한은 공허한 제스처라고 여길 것“이라며 “미국은 종전선언이 동맹을 흔들고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뒤 특파원 간담회에선 논란 소지가 큰 발언도 나왔다. 홍 원장은 “우리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는데 (북한이) 우리와 어느 정도 상응하는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시험으로 발사할 때는 인정해준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 반격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북으로 (반격해)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리 되면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2부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초청으로 방중해 2일 톈진에서 회담을 가진다고 청와대가 1일 밝혔다. 청와대는 서 실장과 양 위원 간 회담에서 “한·중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