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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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스무디·마라탕 인기… 소아청소년기 비만 주의해야 [정진수의 부모 백과사전]

최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탕후루, 스무디, 마라탕, ‘점보 사이즈 음식’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또래문화’가 중요한 소아청소년기에 이런 음식이 놀이처럼 퍼지면서 아이들이 극한의 단맛과 매운맛에 중독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국내 소아청소년 음료 섭취 패턴을 보면 6∼11세 탄산음료 및 가당 과일주스를 각각 주 1.6회, 1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습관은 청소년기에 접어들어서는 더욱 강화됐다. 탄산음료 주 2.3회, 스포츠음료 1.2회, 가당 과일주스 0.9회 등 일주일에 5회 이상 섭취했다.

딸기, 키위, 포도 등 작은 과일에 설탕과 물엿을 입힌 중국식 과자 ‘탕후루’가 최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좋은 식습관인 과일과 야채 섭취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과일 섭취의 경우 건강한 과일 섭취 대신 설탕 범벅인 탕후루와 당분이 높은 가당 과일주스가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3회 이상 채소 섭취율은 2013년 남학생 17.7%, 여학생 15.4%에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남학생 9.7%, 여학생 6.9%로 매끼 채소를 챙겨 먹는 중고등학생은 10명 중 1명이 채 안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탕후루에는 10∼25g의 당이 포함됐다. 탕후루 하나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당 권장량(25g)을 모두 채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습관이 결국 ‘비만을 일으키는’(Obesogenic) 인자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을 강조하는 이유는 소아비만은 지방세포 수와 크기가 모두 증가해 결국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비만 소아청소년의 84%는 성인이 돼서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으로 연결된다. 심지어 10명 중 6명이 BMI 35㎏/㎡ 이상인 초고도비만이 된다. 결국 당뇨, 심혈관질환, 암 발생까지 연결된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정상체중에 비해 과체중 남학생은 1.84배, 비만 여학생은 1.15배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우울증 확률도 높다. 해외의 다양한 연구에서는 비만 소아청소년의 우울증 확률이 최고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특히 고도비만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소아비만은 유전, 가족력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최근 사회적 환경 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만한 상태로 청소년기를 지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동반된 상태가 오래돼 교정이 어려운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