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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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0억원 배임·800만달러 뇌물’ 영장 李, 불체포특권 포기하라

백현동 특혜·대북송금 요구 등 혐의
병원 이송된 이 대표 단식 중단하고
야당에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해야

검찰이 어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및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대장동 의혹 등으로 청구한 첫 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재임 당시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자가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또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대표 방북 비용 등으로 북한에 800만달러를 송금하도록 해 제3자 뇌물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도 받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은 21일이나 25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가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면서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를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어불성설이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들은 배임과 뇌물, 위증교사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하나같이 중대 범죄들이다. 이 대표의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비리 혐의로 야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법 절차에 따라 영장을 청구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말대로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돼선 안 된다.

19일째 단식을 이어 오던 이 대표는 어제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단식을 이어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온당치 않은 행태다. 이 대표가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단식을 계속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 판단에 영향을 끼치려는 속셈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6월 국회 연설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번에도 허언으로 확인되면 곤란하다. 이 대표 주장대로 검찰 수사가 정치 조작이라면 단식을 중단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가결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그리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하게 응하기 바란다. 자신의 개인 비리 혐의로 제1야당을 수렁에 빠트리고 국회를 ‘방탄 무대’로 만드는 몰염치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