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추석 연휴 사흘째인 30일 거친 여론전을 펼치며 민심 확보에 총력을 쏟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등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며 ‘민주당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야가 연휴 기간 열띤 공방을 주고받는 까닭은 ‘추석 민심’이 이듬해 총선 결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일보는 지난 네 차례의 총선 결과와 선거 1년 전 추석 연휴 직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2016년 20대 총선을 제외하고 추석 민심에서 우위를 점하는 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하는 경향이 엿보였다.

◆4번 중 3번, ‘추석 민심=총선 결과’
가장 최근 사례인 21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2019년 추석 연휴 직후 발표된 한국갤럽 9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8%,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24%로 민주당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듬해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 180석(비례용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포함)을 차지하며 절대 다수당으로 등극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103석(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포함)을 얻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추석 민심=총선 결과’의 법칙은 18·19대 총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2007년 추석 연휴 직후에 발표된 리얼미터 9월 넷째 주 조사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51.7%,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19.6%의 지지율을 받았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과반 의석을 얻으며 추석 민심을 그대로 이어갔다. 통합민주당은 81석을 차지했다.
2011년의 경우 추석 연휴 직후인 리얼미터 9월 둘째 주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33.9%, 민주당 23.9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듬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을 얻었다.

◆20대 총선 예외… 새누리당, ‘옥새 파동’으로 패배
다만 예외 사례도 있다. 2016년 20대 총선이다. 2015년 추석 연휴 직후에 발표된 한국갤럽 10월 첫째 주 조사에선 새누리당이 41%로 21%를 받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보다 지지율이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듬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2석으로 더불어민주당(123석)보다 한 석 적었다. 게다가 제3정당인 국민의당이 38석를 차지하며 새누리당은 소수여당으로 전락했다.
이는 당시 새누리당이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옥새 파동’으로 표현된 극심한 공천 갈등을 벌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무성 당시 대표는 일부 지역구 후보자 공천장에 대한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유승민, 이재오 등 비박(비박근혜)계 현역 의원 대신 ‘진박(진실한 친박)’ 인사들이 공천을 받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당시 ‘옥새 들고 나르샤’, ‘도장찾아 삼만리’와 같은 밈(meme, 인터넷 유행어)이 퍼지면서 계파 갈등에 휩싸인 새누리당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예측 힘든 추석 민심… 여야 모두 관건은 ‘내분 최소화’
현재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는 여야의 정당 지지율은 추석 연휴 동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연휴 전날 결정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33%로 동률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 이후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에서 앞서더라도 여야 모두 낙담하기는 이르다. 20대 총선 사례에서 봤듯 추석 민심을 잡아도 내분이 발생할 경우 승리는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심화한 친명(친이재명) 대 비명(비이재명)의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국민의힘의 경우 대통령의 의중에 맞춘 공천으로 반발이 컸던 새누리당 ‘옥새 파동’ 사태의 재연을 막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