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전 영봉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 야구 대표팀이 태국을 대파하고 조별예선을 2승1패로 마치며 슈퍼라운드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결승 진출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2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국과의 1라운드 B조 3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때린 타선을 앞세워 17-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규정을 따르며 5회 이후 15점 이상, 7회 이후 10점 이상 벌어지면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1일 홍콩전에서 8회 10-0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던 한국은 2일 대만전에 투타에서 모두 상대에게 밀리며 0-4로 완패했다. 태국전 대승으로 슈퍼라운드행은 확정지었지만, 2010 광저우부터 이어져온 금메달를 향한 길은 험난해진 상황이다.
슈퍼라운드에서는 이미 1라운드에 맞붙은 대만과는 경기를 하지 않고, 1라운드 성적이 그대로 반영돼 1패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은 A조 1, 2위가 유력한 일본과 중국을 모두 이겨도 자력으로는 결승행을 확정지을 수 없다. 약체 중국이 3패를 당할 경우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이 B조 1위 대만을 꺾어주는 행운이 따라야 우리나라와 세 팀이 2승1패로 맞물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후 동률팀 간 경기에서의 순위 결정 규정을 따지는 게 한국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동률팀 순위 결정의 첫째 원칙은 승자승으로, 이는 세 팀이 물고 물리는 경우엔 무의미하다. 두 번째가 바로 팀 성적지표인 TQB(Team’s Quality Balance)다. TQB는 팀 이닝당 득점을 팀 이닝당 실점으로 나눈 수치다. 득점은 많고, 실점은 적어야 한다는 얘기다.
2일 대만전에서 드러났듯, 이번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전력상으로 가장 약체다. 아시안게임이 병역혜택의 도구로만 활용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5세 이하 선수들로만 구성했고, 와일드카드 3명도 모두 20대로 채웠다. 슈퍼라운드에서 전력상 한 수 아래인 중국은 잡는다 쳐도 지금의 대표팀으로 일본을 잡을지가 불투명하다. 사회인 야구(실업팀)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온 일본은 이번에도 그 기조를 유지했지만, 시속 150㎞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