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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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강달러에 자금 썰물… 코스피 2400선도 불안불안 [금융시장 출렁]

기사입력 2023-10-04 18:48:30
기사수정 2023-10-04 21: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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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급등 후폭풍

연휴기간 美 ‘긴축발작’ 수준 변동
Fed ‘매파’ 발언에 고유가 겹쳐 역풍
코스피 열리자 외국인 매도 쏟아져
韓 국고채 3년물도 연고점 넘어서

韓銀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 언급
美 고용지표·3분기 국내기업 실적
내주 발표… 금융시장 주요 변수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고용지표가 고금리, 강달러를 유발하고 있다.”(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

 

추석 연휴 뒤 4일 개장한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발 국채금리 급등 충격에 휘청거렸다. 코스피 지수는 2400선 붕괴 직전까지 밀려났고 환율은 11개월 만에 1360원대를 돌파했다. 연준발(發) 금리 인상 기조 장기화가 분명해지면서 국채금리가 뛰어오르고 그 여파로 달러 가치 강세 및 주식시장 급락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문제다. 연방정부 셧다운(폐쇄) 사태는 피해갔지만 미국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 사태가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필요 시 시장 안정화 조치’ 언급을 한 것을 놓고 불안 확산을 방지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고용지표 및 3분기 실적발표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환율 치솟고, 코스피 곤두박질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38포인트 하락한 2405.69에, 코스닥은 33.62포인트 내린 807.40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2원 오른 1363.5원에 마감했다. 이재문 기자

이날 코스피 지수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우선 연휴 기간 미국시장 변동의 영향 탓이 크다.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미국 뉴욕시장에서 다우지수는 -1.6%, S&P500은 -1.1%, 나스닥은 -0.3% 하락했다. 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연휴 기간 초반부에 미국 증시가 긍정적인 재료들로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으나 3일 ‘긴축 발작’ 수준의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강세 등이 출연하면서 연휴 기간 중 상승 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4178억, 기관은 4495억원을 각각 매도하면서 장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이 8327억원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시장의 흐름이 주식과 같은 상대적 위험자산에서 채권이나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 자본 흐름의 ‘키’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이 16년 만에 4.8%로 연 최고점을 찍었다. 시장이 당분간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한국 국고채 3년물도 이날 연고점을 넘었다.

 

이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으로도 확인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 지역 행사에서 “연준은 매우 강한 노동 여건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과거 데이터는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이번 연휴 기간 중 연준 이사들의 발언이 매파적이었다”며 “이에 더해 미국 고용시장의 견조함도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107선을 넘었는데, 달러인덱스가 100보다 높으면 다른 통화 대비 달러가 강세인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더 나아가 미국 10년물 금리가 5%대를 찍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관이 의미 있게 봤던 4.3% 이전 고점이 깨진 이후 4.5%에서 상단 지지를 확인하려 했으나 단숨에 무너진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일부 채권 비관론자들이 언급한 5%대 금리상승 인식이 급격하게 확산했다”고 말했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자연히 국내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前)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매카시 의장 해임 이슈가 겹치면서 셧다운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가중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리스크는 해소된 것이 아닌 지연된 이벤트로 11월 중순 이후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며 “새롭게 선출되는 하원의장은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향후 본 예산 통과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이견을 쉽게 좁히지 못해 셧다운 리스크가 재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셧다운이 발생하더라도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7차례 셧다운 기간 중 S&P500의 수익률은 평균 2.1% 수익권을 나타냈다.

 

증권가는 12일 발표하는 미국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안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강달러 기조가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결국 10월 중순 이후 증시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는 3분기 실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주식시장 초점은 점차 3분기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3분기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경제 지표(국내 9월 수출)가 발표됐고, 미국 셧다운 리스크 해소에 따른 회피성 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필요 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예고’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추석 연휴 기간의 국제 금융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외환 시장도 이런 대외 여건의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 가격변수 및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도형·안승진·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