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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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빅3 학원 과장 광고, 일타 강사는 수능 출제진과 문항 거래

교육부가 수능 출제 교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문항 거래를 한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교육 업체들 가운데 입시학원 빅(big) 3인 시대인재와 메가스터디, 대성학원이 모두 포함됐다고 한다. 대형 학원뿐 아니라 유명 일타 강사와 이들이 차린 교재·출판업체도 대거 관련됐다. 대형 학원과 일타 강사들이 수능 출제 교사 한 명에게 5년간 최대 4억8000만원을 주고 모의고사 문제를 사들였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수능 출제위원 경력과 대학 합격생 수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거짓·과장 광고를 한 대입학원·출판사 9곳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형 학원과 일타 강사들이 수능 출제 교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모의고사 문제를 사들이고, 이걸 수험생들에게 팔아 큰돈을 버는 구조에 있다. 강남 학원가는 수능 출제와 검토 위원에 참여했던 현직 교사 명단을 언제든지 파악해 문항 출제 등 거래를 타진할 수 있다고 한다. 출제 교사 풀이 너무 좁아서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갖고 유명 재수 학원은 수능 적중률 등을 내세워 월 20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수강료와 별도인 교재비도 최대 월 100만원이다. 수능 출제 정보를 독점한 일부 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해 그들끼리 돈을 버는 구조가 고착화한 것 아닌가.

일타 강사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충격적이다. 메가스터디 일타 수학 강사인 현모씨가 차린 교재 업체와 대성마이맥 일타 수학 강사 정모씨, 수학 강사 이모씨, 지리 강사 전모씨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일타 강사들은 학생·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수능 ‘킬러 문제’ 제공을 선전하며 큰돈을 벌고 있다. 이들이 수능 출제진과 문항 뒷거래를 한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뿌리 뽑지 못하고 교육개혁을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런 불공정한 시스템은 공교육으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 상대적 피해를 주고 학부모 부담을 키우기 마련이다. 지난 한 해 학부모들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쓴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했다. 불법이 난무하는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아야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대형 학원과 일타 강사들의 일탈 행위를 좌시해선 안 된다.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