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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가 대신 지급한 범죄구조금 81억원…“범죄자 채권 확보 시급”

기사입력 2023-10-04 18:56:02
기사수정 2023-10-04 2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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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2022년 구상현황 분석 결과
95억 지급 불구 14억 회수 그쳐
189건 중 119건은 구상권 미행사

검찰이 지난해 범죄 가해자를 상대로 ‘범죄피해구조금’ 구상권을 집행한 비율이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신속한 구상금 회수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범죄피해구조금 구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서 지급한 범죄피해구조금은 95억294만원이었다. 이 중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은 금액은 13억8066만원으로 전체 구조금의 14.5%에 그쳤다.

 

범죄피해구조금 제도는 범죄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나 장해·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가해자를 대신해 구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검찰청별 범죄피해구조심의회가 구조금 지급을 결정하면 관할 검찰청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지급된 범죄피해구조금 189건 중 119건에 대해선 구상권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서울중앙지검과 전주지검은 각각 2억6946만원, 4억6569만원의 구조금 지급 결정을 내리면서도 단 한 건의 구상권 집행도 없었다. 서울동부지검과 제주지검 역시 구조금 대비 구상률이 0%대를 기록했다. 반면 대구지검은 59.5%, 서울남부지검은 43.3%로 상대적으로 높은 구상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구상권을 집행한 비율이 높지 않은 이유는 강력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무자력인 경우가 많고, 국가가 구상권 행사 상대방인 가해자의 은행잔고 등 집행 가능한 재산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법령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에게 회수한 구상금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재원이 되는 만큼 구상권 행사와 회수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안으로 구조금 지급 및 구상권 행사 결정을 각 검찰청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대검찰청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구상권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해자의 재산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정용 순천향대 교수(법학과)는 ‘범죄피해자구조금에 대한 구상권제도의 개선방안’ 논문에서 “범죄가해자에 대한 구상권의 행사는 그 재산에 대한 채권확보가 전제돼야 함에도 이를 집행하는 시기가 매우 늦다”면서 “가해자 재산에 대한 보전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과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과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의원은 “국가가 대신 지급한 구조금을 범죄자에게 돌려받아야 제대로 된 정의실현이라 할 수 있다”며 “법무부는 범죄자 재산에 대한 빠른 채권확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민·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