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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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3년 연속 나토 참석… 韓의 딜레마

우크라지원 화두 전망… 국가 이익 우선 고려해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막이 올랐다. 대한민국은 3년 연속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IP4) 정상이 만나 새로운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를 향한 단일대오를 구축 중인 서방 세계는 이 모임에 주목하고 있다.

1949년 냉전 시기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나토는 냉전 이후 테러, 대량살상무기 등 새로운 안보 위협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유럽 중심의 방위 체제를 넘어서 전 세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공동체로 발전했다. 이를 증명하듯 IP4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허위정보, 사이버안보 등 4개 분야에 대한 합동 프로젝트를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조병욱 정치부 기자

불과 8, 9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던 점을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의 외무장관과 총리를 지낸 헨리 존 템플(파머스턴 경)의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영구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구하고,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연설은 지금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10여개국과 양자 회담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국가는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는 어떻게 결론이 날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군사 동맹을 복원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자,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크게 반발했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몇 가지로 좁혀진다.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 우회 수출 방법 등이 거론된다. 이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대안도 있다.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우방에 이미 수출한 무기의 재수출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직접적인 무기 수출에 따른 부담을 낮추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산 부품이 포함된 자주포의 재수출을 허가한 사례가 있다. 이는 직접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는 해법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400억유로(약 60조원) 수준의 군사 지원이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토의 이러한 지원을 부담으로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나올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말실수를 연발하면서 고령 논란이 부각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지도 주목할 포인트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 참석 계기로 진행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에 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국내 정치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셈법이 아닌 한국의 영구한 이익만을 고려해 국제 외교에 나설 때다.


조병욱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