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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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영철, 친근하게 다가간 조태열 외교장관에 ‘무반응’… 최선희 ARF 불참 확실시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 행사장에서 남북 고위 외교당국자가 조우했지만 기류는 냉랭했다.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제57차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 갈라 만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 옆으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26일 비엔티엔 국립컨벤션센터(NCC)에 마련된 의장국 주최 갈라 만찬장에는 북한측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가 참석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리 대사보다 약 5분 늦게 입장했다. 조 장관은 처음에 뒤로 리 대사가 지나가는 것을 못 봤으나 고개를 돌려 그의 존재를 인지하고 부르는듯 했지만 리 대사는 앞만 보고 그대로 걸어갔다.

 

이후 리 대사에게 다가간 조 장관은 팔을 만지며 친근하게 말을 거는듯 보였다. 그럼에도 리 대사는 뒷짐을 지고 앞만 부는 등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리 대사가 반응이 없자 조 장관은 약 3초 만에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리 대사가 갈라 만찬에 참석함으로써 다음 날인 27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도 결국 최선희 외무상 대신 그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유일하게 가입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 ARF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외무상이 참석하는 행사로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해까지 ARF 주최국의 대사나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수석대표로 왔고, 올해도 그 기조가 유지됐다.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제57차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 갈라 만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리 대사가 고개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가 북한과 돈독한 관계인 만큼 최 외무상의 참석에 열의를 보였지만 끝내 성사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라오스 전통 옷을 입고 만찬장에 입장하는 리 대사에게 한국 취재진은 최선희 외무상의 ARF 불참 이유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고 지나쳤다. 북·러 협력을 규탄하는 목소리,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희망한다는 데 대한 입장, ARF에 임하는 소감 등 일련의 질문에도 모두 묵묵부답했다.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가 26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갈라 만찬에서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외교장관과 환한 얼굴로 건배하고 있다. 뉴스1

조 장관은 앞서 이날 오후 개최된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도발과 러·북 군사협력 등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간 아세안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해왔음에도 북한의 행태가 그대로”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등이 외국인 및 선박·항공기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비엔티안=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