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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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곡 반주 거장 횔 “가곡은 인류가 소통하도록 해주는 공통 언어”

소프라노 한경성과 가곡 음반 ‘달빛 노래(DER MOND: LIEDER)’ 발매…22일 예술의전당 공연

“인류는 모두 영혼이 같고 문화만 다를 뿐입니다. 전 세계가 (전쟁 등) 재앙 속에 있는데 문화예술이 (그런 재앙을 최소화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언어가 달라도 소통하고 이해하게 해주는 ‘공통 언어’라고 할 수 있지요. 가곡도 그렇습니다.”

 

독일 가곡 반주의 거장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72)은 21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하며 “가사의 뜻을 몰라도 아름다운 가곡 감상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횔은 최근 소프라노 한경성(45)과 가곡 음반 ‘달빛 노래(DER MOND: LIEDER)’를 발매했다.

소프라노 한경성(왼쪽)과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이 21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듀오 음반 ‘달빛 노래(DER MOND: LIEDER)’ 발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둘은 오래된 사제지간이다. 20여년 전 독일로 유학간 한경성이 휠에게서 독일 가곡(리트·Lied)을 배웠다.  

 

한경성은 “몇 년 전 남편이 투병생활할 때 함께 가곡도 많이 듣고 달을 보며 간절히 기도했었다”면서 “남편이 나은 후 달과 관련한 가곡 음반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선생님에게 요청했는데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아름다운 나무와 꽃잎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게 해주시는 분”이라며 “제가 못 보는 걸 더 보게 해주는, 음악에서 음정 사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횔은 “젊은 음악가에게 도움 주는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며 “예전 위대한 음악가와 작업하든 젊은 음악가와 작업하든 전혀 차이가 없다. 저희를 사제지간이 아닌 두 명의 아티스트(음악가)라고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횔은 바리톤 피셔 디스 카우(1925∼2012)와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등 세계적 성악가와 호흡을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2년가량 준비해 나온 ‘달빛 노래’ 음반에는 슈베르트 ‘달에게’, ‘저녁 풍경’과 멘델스존 ‘달’, 브람스 ‘달밤’, 슈만 ‘달님, 내 영혼이 좋아하는 분’ 등 주옥 같은 독일 가곡 18곡과 한국 가곡 윤극영 ‘반달’, 박태준 ‘가을밤’ 합쳐 20곡이 수록됐다. 60장이 넘는 횔의 가곡 음반 중 한국 가곡이 담긴 건 처음이다. 

 

횔은 ”아주 좋은 앨범이다. 달은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 등 우리 영혼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한다”며 “특히, 독일어에서 ‘제흔주흐트’(Sehnsucht·사무친 그리움)이란 단어는 중독처럼 벗어나기 힘들어서 고통이 따르는 가볍지 않은 말로 리트의 핵심 정서”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음반에 담긴 다채로운 달의 표정과 감정을 연주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